덕유산 정상을 한 번도 못 밟아 본 딸들을 위한 가장 손 쉬운 방법, 곤돌라 타기.
이틀 째 나름 강행군이다.
아래는 거의 여름인데 무주에 오니 서늘해서 놀랐고 덕유산에 올라서는 거센 바람과 쌀쌀한 기온에 혼났다.
산에를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추워서 운신을 못한다.
길이 험하지 않으니 남덕유 쪽으로 산책 삼아 조금 걷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어마, 무서라 한다.
꼬맹이 일때는 칠갑산을 날다람쥐처럼 다니던 얘들이었는데, 응뎅이 커지고는 열 걸음도 못 오르고 죽는 소리를 한다.
아, 큰일이다.
게으르게 뭉개는 것도 그렇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신비로움을 모르고 살면 어쩌나.
산을 내려오며 큰 애가 말했다.
"엄마는 사는 게 재미있겠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온통 그렇게 감탄할 것들이어서."
그래서 내가 너무 감탄사를 남발하는지 잠깐 뒤돌아 보았다.
지난 번 정지용 문학관을 갈 때 누군가 말했다.
"볼 거 하나도 없어. 생가는 그냥 별거 없는 조그만 초가집이야."
깜짝 놀랐다. 저렇게 생각하는 이도 있구나.
마루를 손으로 쓸며 이곳에 앉았던 누군가의 체온을 생각하는 일은 마냥 나의 감상일 뿐인 걸까.
나는 나의 아이들이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많이 즐거워하고, 아품도 피하지 말아가며, 그리고 편협하고 편향된 생각으로 자신을 가두지 말아가며
삶을 풍성하게 느끼며 살길 바라왔다. 그래서 내 생각과 기준으로 구속하지 않으며 기르려 애썼는데
천성이 그런 탓인지 아이들은 별로 용감하지도 못하고 벌써 나보다 완고한 무엇을 보여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거 삶에 별거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삶은 결국 살아봐야 깨달을 것이다.
이틀 연거푸 운전을 해서 그런지 지금 어깨가 뻐근한데, 그래도 아이들의 세상이 조금 넓어졌다면 보람있는 일이다.
저 아래에선 한달도 전에 피었던 진달래가 이곳에선 이제야 활짝 피었다.
꽃송이가 아래보다 훨씬 자잘한 대신에 빛깔은 그 반대로 더 진하다.
참 반갑다. 아래에서는 매화, 산수유와 함께 피는 통에 제대로 생색도 없이 져버렸는데, 이곳에서 제대로 독보적인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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