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쇠고 너댓새, 거의 칩거나 다름없이 꼼짝 않고 지냈다.
내가 본디 게으름이 천성이라 웬만큼 흔들어 일으키지 않으면 며칠이라도 그리 지낸다.
탁자 앞에 앉아 조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것도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닌 상태로 며칠을 앉아 있다보니
못 견디겠는 것은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흐른다는 것이었다. 잠깐 고개 숙여 몇 페이지 읽다 고개 들어 시간을 보면 한 시간이 성큼 흘러가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봄비같은 비가 내린 훈훈한 날씨라 차마 아까워 견딜수가 없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나들이를 청하니 지인도 좋아한다.
완주 화산에 가서 붕어찜을 먹고 멀지 않은 봉명산 화암사에 갔다.
지난 늦가을에 발목까지 빠질 듯 포근한 낙엽길에 깊이 감동을 받았던 지라 그 아까운 길을 벗과 나누고 싶었다.
나의 동행은 아름다움을 찾고 누리는 일이 삶의 중요한 가치인 사람들이라 나처럼 기뻐해 줄 줄 알고 있었고, 과연 그러해서
함께 걷는 길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고될 정도로 길고 가파르지 않은 길임에도 충분히 깊고 고요한 길이다.
화암사 가는 길은 봄에도 여름에도, 그리고 단풍 흠씬 든 가을에도 그 어느 때라도 좋은 길일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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