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말해주었다.
저만치서 보니 우리집 옆 담장 너머 비탈진 밭에 산수유가 피었다고.
아니라고. 분명 매화라고 내가 말했다.
아닌데. 분명 산수윤데.
내가 여러날 전부터 꼬나보고 있는 참이라고, 아직 활짝 벙그러지진 않았지만 방울방울 분명 매화꽃 봉오리였다고 단언을 했건만
그럴 리가 없다고, 자기가 보기엔 분명 산수유라고 했다.
직장 가진 이가 주인이라 작물 돌보는 것이 힘에 부쳤던지 서너 해전 삼사백평 쯤 되는 작은 밭에 매화나무를 심어 작년 봄에 제법
꽃구경 기분을 나게 해 주어 올해도 참참히 건너다보며 개화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하도 당당히 산수유라 우기는지라
매실이 너무 흔해서, 아니면 산수유꽃이 좋아져 그새 수종을 바꾸었나 갸웃하였는데, 이미 날은 어두웠고 담날, 즉 오늘 확인하러 올라와 본 것이었다.
산수유는 웬걸. 먼발치서 보니 아직 벌지않은 청매의 푸른 봉오리가 역시 피지 않은 산수유라고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생각했다. 아무려나 산수유면 어떻고 매화면 어떠랴. 채 피지 않은 꽃을 보고도 이렇게 마음 한가득 봄이 넘쳐나는데.
밭자락 끝에 산수유가 한그루 있긴 했다. 주인은 산수유도 좋았던 모양이다.
그 주인처럼 나도 매화도 좋고 산수유도 좋았다.
구례에 꽃구경 가려고 한다.
직장을 놓으니 이제 평일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올핸 교통체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려나.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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