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한가운데 있는 저 책들은 낮에 택배 받아 풀어 놓은 것이다.
뭐가 악취미냐면...... 저렇게 물건을 통행이 많은 곳에 던져둔채 치우지 않는 것이다.
절대 게을러서가 아니다. 새로 생긴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저렇게 물건을 던져두고 피해 다니면서
하루 한나절 쯤 그 물건을 음미하는 것이다.
어느 때는 저렇게 책, 어느 때는 옷가지, 뭐 그때그때 상하지 않는 물건이라면 저렇게 두고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애정하는 것이다.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음의 한 표현으로 본다.
직장에 나갈 때와 양적으로 비교할 수 없겠지만, 놀면서도 몸놀림이 무거워지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놀라는 점인데, 아마 여유로움과 자율성의 힘이 아닌가 한다.
돌아보니 한달 동안 낮잠을 잔 적이 없다. 잠을 자서는 안된다는 강박으로 나를 단속한 까닭이 아니라
마음이 편하니 잠을 챙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맘 먹으면 언제든 쉴 수 있으니까 틈만 나면 쉬려 하던 강박이 없어졌고, 그런 가운데에도
시간의 의미와 삶의 작은 보람을 생각하며 몸 재게 부시럭거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세월없이 묵은 청소를 한다든가, 불쑥 변덕스럽게 전에는 엄두내지 않았던 음식을 일도 아닌 것처럼 해 보면서,
그 동안 삶에서 빼먹었던 것이 퍽도 많구나 생각을 한다.
시간의 여유 속에 마음의 강팍함이 많이 사라져서 나도 본디 좀 착하고 순한 사람일 수도 있었겠다, 앞으로 그렇게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삶이 조금만 더 숨돌릴 여유가 있다면 우리는 참으로 놀라운 사랑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함께 행복해야 할 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독서는 구름이가. 베고만 있어도 머릿 속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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