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와 짝을 지어 잘 자고 다음날 아침은 물메기탕으로 했는데 맑은 국물에 매운 청양고추 총총 썰어넣은 것이
국물요리를 즐기지 않는 내게도 썩 개운한 맛이었다. 생선의 식감은 참 낯설었지만.
술꾼에게 해장국으로는 두말이 필요 없는 최상의 메뉴. 면기 한 가득씩을 모두 비웠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행선지는 오리무중.
버스는 출발했는데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아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뱃시간 검색을 한다.
소매물도, 사량도, 장사도 등 섬 이름이 난무하다가 뱃시간 맞는데가 그 중 장사도라 장사도에 가기로 했다.
어제는 소매물도 얘기하더니 뱃시간도 여객선 뜨는 부두도 확인하는 이 없다 보니. ㅋㅋ
아무려나 날씨는 어제처럼 포근하고 맑아 바람 한 줄기 없는 바다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하나같이 푸르르다.
한 사십분 배를 탔나, 장사도에 도착했다. 시내버스 타듯 타면 되는건데 섬을 가는 일은 아무래도 먼데 해외?가는 느낌이라 좀체 안나서지는데
오늘은 정말 가볍게 섬에 왔다.
이 섬은 사람이 사는, 갯내 물씬한 섬이 아니고 이쁘게 단장한 관광지 섬이다.
얼마 안되는 원주민을 내보내고 이백억 들여 개발했다고 한다.
외도와 비슷한 용도인데 좀 풍광이 다른 것은 외도처럼 외국 정원풍으로 꾸며 놓은 것이 아니라 섬을 덮은 동백나무를 주축으로 한 숲 사이로
산책로를 내어 길이 1.9킬로, 폭 600미터의 작은 섬을 요리조리 샅샅이 걸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섬이 워낙 작다보니 들어간 시각이 열시 사십분 정도였는데 두시간 후에 같은 배로 나오도록 되어 있었다.
즉 두 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수 있는 것이다.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내가 떠나온 뭍과 이렇게도 다른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상록활엽수가 여름풍경을 찍어도 무방할 정도로 온통 푸르렀다.
덩쿨을 이룬 찔레종류의 꽃도 제법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아무렇게나 정한 행선지였지만 아무데도 이렇게 아름다웠다.
섬에 갈때는 큰 가방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는데, 음식물의 반입으로 인한 오염과 화초의 반출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내게 그건 글쎄?
섬안에서 충무김밥과 어묵을 사먹었는데 ↓↓↓. 참 맛없었다.
섬까지 오고가는 배에서는 방송으로 친절하게 지나치는 주변 섬들에 관한 안내를 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통영에 닿을 무렵에는 통영의 몇몇 건물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는데, 그 중 하나가 통영국제음악당 이었다.
해설에 따르면 <<윤이상 음악당>>으로 하려 했던 건데 금강산에서 이곳 출신 신숙자 씨가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후
반대 여론이 높아져 <<통영국제음악당>>이 되었다고 한다. 사망사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두 사안을 분리할 수 없었던 것인가.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며칠 전, 서경식 교수(장기수로 복역했던 서준식, 서승의 동생이다)의 <<디아스포라 기행>>에서 윤이상에 대한 짧은 글을 읽었었다.
작가가 그를 인터뷰하려던 날 그가 사망했다고 한다.
조문을 가니 영정사진 뒤에는 그가 평생 그리워한 고향 통영의 파노라마 사진이 있었다고 했다.
조국은 끝내 그에게 잔인했고 비열했고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무엇에 사로잡혀 산다는 것. 더우기 실체도 불분명한 유령에 사로잡혀 지배되어 사는 어리석음.
핏대 세우며 우리가 목청 높여 외치는 것들 중에는 그런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입을 통해 방언처럼 부르짖는 말이 실은 그들 안에 깃든 유령의 음성일 수도. 빨갱이. 박정희. 박근혜......
동백철이 아니므로 지금 이런 장관을 볼 수는 없고... 사진을 사진 찍은 거지요. 이 길을 동백꽃잎 피해 가며 걸어 보고 싶네요.
동피랑은 이렇게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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