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수상하여 몇 주를 뒤숭숭하게 보내느라 속 편하게 여행 한 번 못하던 차에 나들이 할 기회가 생겼다.
마침 탄액안이 의결되었던 바.
일행은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란 것 밖에는 취향이며 친분이며 좀 애매몽롱한 조합이었다.
나는 묻어가는 형국이라 이러쿵 저러쿵 할 것 없이 데려다 주는대로 가면 그만.
일박이일이긴 한데 첫 날은 점심 때도 지난 느긋한 출발. 버스까지 대절한 판에 참 보기드문 스케줄이다.
여차저차 저물녘이 가까워서 통영에 가까워 오는데 어디를 가야할지 정하지도 않았다.
중구난방 여기저기를 호명하는 통에 기사 아저씨, 내비 설정만 이랬다 저랬다......
결국 정한 곳이 가까워 부담 없고 산책하기 좋은 이순신 공원.
동피랑 같은 데는 남성분들이 큰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수학여행 온 것처럼 학구적인 견학도 재미없으니.
처음 가보는 공원이었는데, 잘 단장이 되어 있고 아담해서 잠깐 산책하기에는 더할 나위 흡족했다.
게다가 날씨까지 포근하고 청명해서 창백한 낮달도 곱고 살짝 노을빛이 깃든 하늘과 그 하늘 아래 풍요롭고
아늑하게 들어앉은 만이 더 없이 마음 편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느릿느릿 거닐었다. 저녁 입맛 돋구기 딱 좋을 만한 운동량이었다.
저녁은 이곳 명물인 막썰이회다. 개인적으로야 회맛도 제대로 모르지만 일행이 다 맛있게 먹으니 나도 좋다.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촛불 행렬을 보았는데 고작 삼사십 명이나 될까. 우리라도 가세해야 하나 어쩌나.
명색이 시인데 너무하다. 우리 소읍보다도 인원이 적다.
윤이상 음악당 하나 앉히지 못하는 보수적인 도시라는 건 잘 알지만 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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