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몹시 추웠다
그동안 포근했던 날들은
내 삶을 사는 자세처럼
늘 하루 말미일거라 생각했으므로
추위가 급작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황망했다
마음이 숭숭
바람에 부대끼는 성긴 나뭇잎 같았다
대비의 견고함이란 게 사실
대개 그 모양이다
추위만 해도 그렇다
두툼한 패딩을 장착하고
겨울을 꼬누고 있었다 해도
사실 우리에게 전의가 있기는 했을까
불행에 면역은 가당치 않다
툭하면 길을 막아서는 습관적인 불행
삶이 막막하기가 시린 노천이다
현관앞 화분에 터지던 색색 곱던 국화꽃이
된서리에 죄 고개를 꺾었다
양광 아래 쪼그려 깊이를 헤아려 보던 빛깔들이
이제는 망자처럼 핏기가 가셔
나는 저리 살고 싶지는 않은데
또 저리 죽고 싶지는 않은데
이제는 방심할 일이 아니게 된
노쇠와 죽음을 냉큼 생각한다
추우니 사랑이 생각난다
대비가 먹히지 않는 것이 또한 이별이어서
초미를 모아 사랑의 결말을 대비하고
하루 한달 또 한달을 어르고 꾸짖으며
심지어는 숙명이었는가 그리움었는가
짐짓 말같잖은 의미를 짐지워거 보지만
그 간지러운 허위의 궁기를 가릴 수는 없다
서글프다
겨울엔 춥고 게다가 이별이라면
춥고 말고
알았더라도 또 몰랐더라도 삶이 그렇다
* 얼마전 퇴근길을 마음이 우왕좌왕했다.
참아 주었던 추위가 몰아친 저녁이었다.
막막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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