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계몽(16.11.11)

heath1202 2016. 11. 11. 22:29


모성도 신화라 했다

가족도 신화라 했다

어쩌나

민족도 국가도 신화라 한다

종교는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눈 매서운 이의 똑 부러지는 말이었다

작은 가슴이 분으로 파들거릴 때

아득한 길에 선듯 막막해질 때

울지도 못할 만큼 서러울 때

꽃모가지 무수히 똑똑 끊어

제 마음 만큼 꽃무덤 쌓는

내 아는 한 아이처럼

나도 그 말들을 톡,톡, 죽여보았다

모성, 가족, 민족, 국가

알 바 없는 종교까지 하나 하나

한 때 아름답고 다정하고 위대하고

거룩했던 말들 안녕

이름을 잃으니 실체가 없겠기에

슬그머니 사람이라 대신 적어 보았다

마음이 좀 허전하고 미진했지만

헐렁한 옷처럼 편안했다

나에게 많이 넘치지 않는 사랑이었다



조반니 세간티니, 1894, <비정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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