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도 신화라 했다
가족도 신화라 했다
어쩌나
민족도 국가도 신화라 한다
종교는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눈 매서운 이의 똑 부러지는 말이었다
작은 가슴이 분으로 파들거릴 때
아득한 길에 선듯 막막해질 때
울지도 못할 만큼 서러울 때
꽃모가지 무수히 똑똑 끊어
제 마음 만큼 꽃무덤 쌓는
내 아는 한 아이처럼
나도 그 말들을 톡,톡, 죽여보았다
모성, 가족, 민족, 국가
알 바 없는 종교까지 하나 하나
한 때 아름답고 다정하고 위대하고
거룩했던 말들 안녕
이름을 잃으니 실체가 없겠기에
슬그머니 사람이라 대신 적어 보았다
마음이 좀 허전하고 미진했지만
헐렁한 옷처럼 편안했다
나에게 많이 넘치지 않는 사랑이었다
조반니 세간티니, 1894, <비정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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