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자소서를 쓰는 아이를 보며(16.11.25)

heath1202 2016. 11. 25. 15:12


제 밥벌이나 했으면 좋겠어

차마 꿈이라 부르기 서글픈 꿈

천박한 줄도 모를 만큼

우리의 염치는 어느 바닥을 기고 있는지

새잎처럼 볼이 야들했던 아이들이

긴 가뭄 마른 땅에 꽂힌 푸성귀 같아

제 입으로 들어갈 몇 술 끼니 걱정이

주거부정 부랑자와 다를바 없어

천덕꾸러기 눈치만 살아있는

빌어먹는 강아지 같아

꿈이라던가

푸른 나무라던가

꽃 같다던가

모욕이야

모든 싱그럽고 아름답고

서늘한 이름들을 거론하는 일

그 푸른 나이에 벌써 삶의

뒤안에 묻혀가는 이름들이야

서글프고 민망해서 

입술에 구슬려 보기도 싫어

어쩌다가 미사는 이제 삶에 대한 모욕

아이는 칠천 자 자소서를 쓰며

삶의 역사가 짧아 막막해

기어코 삶이 칠천자는 다다라야 하는데

청춘의 역사는 알바의 역사

구차하고 지난했던 그 역사를

낱낱이 고해야 할까봐

깨져버린 연애의 역사도 끼워 넣어야 할까

아이들이 이제 앵벌이가 되어 가는 것 같아

꾸는 꿈이란 게

밥걱정이나 없이 살게 된다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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