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밥벌이나 했으면 좋겠어
차마 꿈이라 부르기 서글픈 꿈
천박한 줄도 모를 만큼
우리의 염치는 어느 바닥을 기고 있는지
새잎처럼 볼이 야들했던 아이들이
긴 가뭄 마른 땅에 꽂힌 푸성귀 같아
제 입으로 들어갈 몇 술 끼니 걱정이
주거부정 부랑자와 다를바 없어
천덕꾸러기 눈치만 살아있는
빌어먹는 강아지 같아
꿈이라던가
푸른 나무라던가
꽃 같다던가
모욕이야
모든 싱그럽고 아름답고
서늘한 이름들을 거론하는 일
그 푸른 나이에 벌써 삶의
뒤안에 묻혀가는 이름들이야
서글프고 민망해서
입술에 구슬려 보기도 싫어
어쩌다가 미사는 이제 삶에 대한 모욕
아이는 칠천 자 자소서를 쓰며
삶의 역사가 짧아 막막해
기어코 삶이 칠천자는 다다라야 하는데
청춘의 역사는 알바의 역사
구차하고 지난했던 그 역사를
낱낱이 고해야 할까봐
깨져버린 연애의 역사도 끼워 넣어야 할까
아이들이 이제 앵벌이가 되어 가는 것 같아
꾸는 꿈이란 게
밥걱정이나 없이 살게 된다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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