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을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첫악장
잎이 져 하얗게 형해만 남은 북국의 자작나무의 숲
그 숲에 늑대무리는 밤새 하울링을 하고
나 또한 눈 푸른 늑대가 되어 긴 밤
먼 별을 그려 목 놓아 울고
눈 발 간간 날리는 늦은 가을에는
생트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는 것이 내
진정 꿈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으면
생일선물을 기도하는 어린 아이처럼
내 가을의 기도도 간절함을
그런 나를 당신이 노란 등불처럼 웃어주고
운명처럼 진지하게 잎이 지는 가을에는
일상이 싯구였던 양 천연덕스럽게
사랑하노라고 말도 읊조릴 수 있었으면
실연당한 사람처럼 가을을 쏘다니다
마지막 숨을 모은 한 점 가을꽃, 뚝뚝 미련없이 몸 던지는 잎들에게
생의 마지막 사랑처럼 품고 아낀 작별을 할 수 있었으면
누구에게나 가을에는 각기 귀한 사랑을 품고
설령 이별을 해야 한대도도 섧고 고운
제 몫의 낭랑한 대사 한 줄을 준비하고 있기를
내 가을이 분노로 살라지는 일이 없기를
하나 부끄러움 없이 미안함 없이
가을에는 가을만, 가을에 젖은 사람만 대면할 수 있기를
진정 내 가을의 소망이 낯 뜨거운 백일몽이 아니기를
내 광화문을 지나며 바라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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