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복귀하였다.
아직 더위도 가시지 않았고 생활리듬도 적응기간 없이 일시에 바꾸어 참 고단한 하루였다.
일과 후에는 일이 있어 대전에 갔고 오랜 만에 벗들도 만났다.
사는 일이 나 빼곤 다들 분주해서 이번 짧은 모임도 간신히 성사되었다.
나처럼 너무도 아무 일 없이 사는 게 좋은 일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정말 아무 일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일을 만들지 않거나 있는 일을 없애며 사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을 본 후 열시 넘어 귀가 했더니 현관에 누워 몸을 비틀고 있는 구름이의 환영식이 애절하다.
휴가 내내 내 일미터 반경 안에서 나만 바라보고 살다가 오늘 종일 떨어져 지낸 탓일 것이다. 애처롭기 짝이 없다.
오랜 만의 출근에 대전까지 나들이를 했으므로 몹시 피곤하여 두 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구름이가 그시각에 보채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짓이다.
보통 구름이는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 네시 좀 넘으면 내 주위를 어슬렁대며 내가 잠깨기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두 어시 경에 일어나 애가 닳아서는 누워있는 나를 사정없이 짓밟으며 타고 넘었다가
내 곁에 누웠다가 금세 벌떡 일어나 주위를 서성이며 흥흥 울며 차거운 코를 들이밀거나 한다.
도저히 더는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답삭 안고 거실로 나와 내려놓으니 내 곁 늘 저 눕는 자리에 편안히 또아리를 트는 것이었다.
잠이 십리 백리는 달아나 버렸다.
텔레비전으로 경이로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아 또 오랑우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잠을 청해 보아도 여전히 까무룩 몸만 까라질 뿐 머릿 속이 온갖 생각으로 어지럽다.
앞날에 대한 확신 또는 불안, 갖가지 사람들과의 관계들, 사람에 대한 믿음 또는 불신......
머릿 속이 왕왕대다가는 끝내 우울해져 결국 다시 일어나서는 고래화석에 대한 책 몇 쪽을 읽은 후에야 마음이 좀 가라앉고
좀 있으니 평온한 잠이 찾아왔다. 그 때가 새벽 네시 반이었다.
오늘 하루가 걱정스럽지만 잘 견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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