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나는 자주 아프다
몸의 곳곳
위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손목이나 발목, 무릎도 아프고
자꾸 아프니까 손가락 통증 쯤
사소하다고 분류한다
어느 때는 그 어디인지도 알수 없게
아니면 그 모든 어디서나 아프고
아니면 처방전도 낼수 없는 마음의 병이
불길한 기운으로 스물스물
나를 잠식해 오기도 한다
나는 혼자 아프다
대개 혼자 아프다
나는 우렁이처럼 웅크린 채 아프거나
젖은 걸레처럼 진땀에 젖어 아프다
곰곰 생각하면 어깨에 손을 얹거나
한발 살짝 내 아픔의 금을 넘어
내 고통에 동참할 이가 영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나는 혼자 아픈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혼자 좀 서러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를 내 삶에서 배제할 때
그는 조금 슬프고 제법 섭섭할 것이다
하지만 섭섭함은 슬픔보다 경쾌하고
슬픔은 시간 속에서
우습게 빨리 희석이 될 것이다
아프다
진짜 아프다
라고, 아플 때는 혼잣말을 해 본다
다섯 번쯤 토한 후에
손바닥에 후우 습한 숨을 내쉬어 보면
노란 입김에선 쇳내가 난다
피와 살과 뼈와 눅눅한 진땀의 몸에서
광물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 신기한데
사실 그보다 신기한 것은
반세기 쯤의 삶에서 고작 남은 것이
애쓸 필요도 없는 고독이라는 것이다
나는 고통의 의미를 알고 싶지 않다
고통에 미덕이 있을 리도 없다
누군가에게 부여해 줄 수도 있는
헌신의 보람도 필요없다
헌신은 보람이면 안되는 것이다
내가 생애 가장 아팠던,
아이를 낳을 때 그랬던 것처럼
비명을 누르고 신음을 꿀꺽꿀꺽 삼키다가
그러다 숨이 가파라질 때
깊고 길게 한숨을 풀어낼 것이다
삶이란 건 길게 보아도 짧게 보아도
고통의 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늘 딛고 있는 자리는 고통이거나
고통의 잠재이다
가는 만큼 조근조근 가다가
뚝, 그만하면 되었다 할 때 멈추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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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많이 아팠었다.
순하게 나 아파, 하면 좋았을걸.
이렇게 독하고 못나고 오만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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