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고작 밭 한 뙈기에 목맨 사내(16.7.1)

heath1202 2016. 7. 1. 19:06

그는 오늘 아침도 밭에 나왔다

어제 아침에도 저녁에도 나왔었다

밭고랑 허물세라 경건히 걸으며

고요한 아침 사위에 홀로

삐그덕삐그덕 약을 친다

두둥실 능선을 타는 붉은 이랑에는

가는 팟닢이 푸른 빗살처럼 곱고 이뻐서

지나는 이마다 한 마디씩 거들고 마니

그는 정원사 부려 다듬은 정원이 부럽지 않다

이이는 당분간 이 한 뙈기 밭에

과묵한 삶을 걸어둔 듯 하다

반들반들하게 쓸고 닦는 밭 한 뙈기 

지나던 이  하나 혀를 끌끌 찬다

저러다 작물이 닳아 없어지고 말지

고작 밭 한 뙈기를 가지고

가소로와 한 마디 하고 말지만

실은 그 어여쁜 밭이 부러운 탓이다 

내게 없는 그 공이 심술 난 까닭이다

그는 오늘 저녁에도 밭에 있을 것이다

하루를 그렇게 밭에 서서

뜨는 해 맞고 지는 해 보낸다

 

고작 한 뙈기 밭 때문에

고작 한 뙈기 뿐인 밭이기 때문에

그는 달리 사랑할 것이 없으리라

달리 사랑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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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자락 거들고 싶다

아무리 미물(파)이라도 배신하면 나쁜 년/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