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나는 시든 꽃처럼 버려지고 싶다(16.7.8)

heath1202 2016. 7. 8. 04:06

어떤 이에겐 사람 하나를 지우는 일이

낡은 냉장고 하나 끌어내는 것보다

성가시지 않은 일이지 싶다

앓던 이 하나 뽑는 일과는 비할 바 없이

가볍고 산뜻한 결단이 되는 듯도 싶다

기억할 것 하나 없는 부산한 오늘이

어제로 그제로 속수무책 떠밀려 가듯

누군가도 누군가의 삶으로부터 그렇게 놓여 간다

 

나에게 누군가를 저버리는 일이

나를 버리는 일 만큼

두렵고 어려운 일이길 나는 갈망한다

사람 하나 내 삶에서 들어내는 일에 

응분의 아픔과 슬픔을 담보하길 기도한다

설령 그가 좀 시시한 이일지라도

나라는 사람의 온도를

조금 뜨거웠노라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되먹지 않은 나의 허세

그러나 나 또한 그 시시한 누구이기가 다반사이으므로

그처럼 나도 역시 젖은 가축처럼 가여울 것이므로

 

적어도 내 너에게 버려지는 날에는 

깊은 밤 네 잠 속을 성가시게 웅웅대던 냉장고가 아니라

밤새 네 편치않은 심사를 욱신거리던 앓던 이가 아니라

보랏빛 기미 살짝 남은 시든 꽃이었으면 한다

코를 대면 잠시 빛나던 날의 광휘가

마른 향기로 조금 묻어 있기를

바라건대, 내 삶의 드문 호사 하나가 진정 그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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