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가을에 나는
헤프게 입꼬리를 실룩여 볼 참이야
내 마음은 목줄 풀린 개처럼
천진하게 가을을 겅중댈 거야
간혹 드리워질 서늘한 우울의 베일 쯤
살랑살랑 경쾌한 가을 바람을 타면 좋겠지
우울에 이골이 난 사람이 되어
툭하면 어두운 지층 속
우멍하게 들어앉는 나이지만
이제 내 삶의 웅얼웅얼 자탄의 사설에
짝짝짝 아이 손바닥같은
즐거운 방점을 찍어 볼테야
내가 반듯한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용렬한 삶이나
못난 실수 얼마쯤 안스러이 넘겨 줄 거고
또 누군가의 심지없는 사소한 배신 쯤에
정의를 들이대는 모진 짓도 없을 거야
나는 순한 사람은 아니지만
꽃대궁 하나 꺾지 못하는 마음으로
지는 목숨들을 품고 울먹일테야
모든 목숨이 꽃처럼 어여삐 피고 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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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만개할 때가 가까워졌다.
꽃놀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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