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몰랐었다(16.6.14)

heath1202 2016. 6. 14. 02:38

대개는 그런대로 볕 좋은 날이었다

별 탈 없고 담담한 날들이었다

시간은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성실하게 흘렀고

가끔 진눈깨비 질척이는 날을

두고두고 안줏거리로 삼을 만큼

참 고르고 평안한 날들이었다

몰랐었다

그 시간들이 어느 순간

저승꽃처럼 야금야금 내 삶을 잠식하고 

속속이 모세혈관처럼 내 삶의 말단까지

통증없는 잔금들을 그어가며

한순간의 아찔한 붕괴를 모의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야습을 작전하는 동안

나는 그리도 방비없이 안이했음을

몰랐었다

안녕하던 삶의 몰락이란 것이 

스파이처럼 교활하고 

고양이처럼 조용하게 온다는 것을

습관이 되어버린 투정과

무료한 우울의 무한 변주가

실은 한 순간 제 삶에 대한

모반으로 귀결하리라는 것을

몰랐었다

참 명분이 희미한 거역이었지만

삶에 명분없음이 바로

죽어 마땅한 일이었다

삶에 대해서 참

몰랐었다

 

 

* 말을 지으려 애쓰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