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무던한 사람이라도
저무는 강가를 무심히 서성일 수는 없다
늘 마지막처럼 지는 햇살에
흔한 풀꽃이 잠깐 빛을 발하거나
기척도 없이 반쯤 기진해 있던 것들이
수런수런 말문이 터지기 시작할 때
더욱 깊고 어둡고 무겁고 느려져
마침내 그 마음으로 흘러드는
강물이 담담할 리 없다
사연 없는 인생에 가슴을 쓸어 내리는
참 소소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도
저문 강가에 서면 긴 숨 내쉬며
제 삶의 설운 까닭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은 강에 번져 소멸하는 핏빛 노을에
가끔은 처연한 사랑 한 번 그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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