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저문 강가 1(16.5.19)

heath1202 2016. 5. 19. 22:26

아무리 무던한 사람이라도

저무는 강가를 무심히 서성일 수는 없다

늘 마지막처럼 지는 햇살에

흔한 풀꽃이 잠깐 빛을 발하거

기척도 없이 반쯤 기진해 있던 것들이

수런수런 말문이 터지기 시작할 때

더욱 깊고 어둡고 무겁고 느려져

마침내 그 마음으로 흘러드는

강물이 담담할 리 없다

사연 없는 인생에 가슴을 쓸어 내리는 

참 소소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도

저문 강가에 서면 긴 숨 내쉬며 

제 삶의 설운 까닭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은 강에 번져 소멸하는 핏빛 노을에

가끔은 처연한 사랑 한 번 그리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새겨볼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았다(16.6.14)   (0) 2016.06.14
꽃 보는 청승(16.6.3)  (0) 2016.06.03
동백꽃이 져서는(16.5.17)  (0) 2016.05.17
희망(16.2.3)  (0) 2016.02.03
결론(15.12.30)  (0) 201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