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를 생각하며 나무 한 그루 심어 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아이의 어여쁜 손가락 굵기면 족했을까
볓 좋은 날엔 여린 눈을 떠 생애 처음 부시게 봄햇살을 맞고 봄비 내리는 날엔 배부른 줄 모르고
봄비를 쭉쭉 들이키다 보면 온몸엔 푸른 물고기처럼 날래게 피가 돌았겠지 낭창한 그 어린 꼬챙이는 어느 덧 자라
죽죽 겁 모르고 가지를 뻗고 성한 이파리로 숨이 벅찰 때면 그 품을 파고 드는 것이 새들 뿐이었으랴
아이의 꿈도 속눈썹처럼 곱게 깃들고 아이의 꿈이 꿈인 나도 모처럼 긴숨으로 깃들었으리
어린 아이는 꿈이 자라 하늘에 닿고 걸치럭 거리는 운명 쯤 안중에도 없어 가끔씩 방자하게 삶을 희롱하곤 하면
내가 바라는 바 그게 나의 꿈이었단다 나는 모처럼 삶이 보람으로 의기양양했겠지 나무 한 그루 심어보지 않은 나는
이제야 꿈이 있었다고 말을 할 수 없지 공짜는 없다는 생의 기본 셈법도 깨우치지 못한 반평생 참말로 뻔뻔하고 경우없는 삶이었겠다
아무리 용렬하고 궁리 없는 인사였어도 머리 쓸어줘가며 여린 목숨 하나는 키웠어야지 어린 나무 한 그루 기도하듯 심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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