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꽃 보는 청승(16.6.3)

heath1202 2016. 6. 3. 04:27

허겁지겁 닿았더니 

매화도 졌더라니

동백도 또 그렇게

시름없이 보내었네

뭐 그리 별스런 일을 한다고

꽃이 피고 지는 일도

잊고 살았네

꽃 피는 시절엔 꽃그늘

한자락 깔고 앉아서는

흐린 생에 살짝

고운 꽃물도 들여보고

후루루 피고 지는 꽃잎에

찰라 생의 잠깐 한 시절 

덧없이 실어 보내도 좋을 것을

어쩌면 눈물도 한 방울 얹어

조금 섧게 보냈어도 좋았을 것을

팔 벌리고 맞이해 본 적이 없는

나의 생은 끝내

제 생의 언저리만 쭈뼛거릴텐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무시로

내 생을 드나드는 것들은

나에게 긴한 용무가 없고

내 귀한 사랑조차

내 생을 제멋대로 겅중대다가는

머쓱하게스리 떠나간다

휑한 등짝을 저만치 바래며

도무지 나는 내 생을,

내 사랑을 모르겠네

꽃이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뜻 한줄 새기지 못하는

내 생과 한 가지네

 

* 한참 전 청승인데 여전히 청승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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