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닿았더니
매화도 졌더라니
동백도 또 그렇게
시름없이 보내었네
뭐 그리 별스런 일을 한다고
꽃이 피고 지는 일도
잊고 살았네
꽃 피는 시절엔 꽃그늘
한자락 깔고 앉아서는
흐린 생에 살짝
고운 꽃물도 들여보고
후루루 피고 지는 꽃잎에
찰라 생의 잠깐 한 시절
덧없이 실어 보내도 좋을 것을
어쩌면 눈물도 한 방울 얹어
조금 섧게 보냈어도 좋았을 것을
팔 벌리고 맞이해 본 적이 없는
나의 생은 끝내
제 생의 언저리만 쭈뼛거릴텐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무시로
내 생을 드나드는 것들은
나에게 긴한 용무가 없고
내 귀한 사랑조차
내 생을 제멋대로 겅중대다가는
머쓱하게스리 떠나간다
휑한 등짝을 저만치 바래며
도무지 나는 내 생을,
내 사랑을 모르겠네
꽃이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뜻 한줄 새기지 못하는
내 생과 한 가지네
* 한참 전 청승인데 여전히 청승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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