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봉오리가 없다.
우리집 생전 손 안가는 화단 한 구석에 핀 작약이다.
출퇴근길에 몇 걸음 저만치 아, 흐드러지는구나 했을 뿐 일부러 다가가 들여다보길 미루다가
요행이 다 지기 전에 다가가 보았고, 미안해서 휴대폰으로 마지막 모습을 포착해 주었다.
이 두 송이는 마지막 몇 떨기 중 가장 싱싱한 자태를 간직한 애들이다.
말하자면 얘들이 우리집의 올 마지막 작약이란 얘기다.
온갖 종류 꽃들을 다 가진 이웃 아주머니가 하나 갖지 못한 것이 이 하얀 작약이렷다.
내가 가진, 한 손 으로 꼽는 몇 가지 안되는 꽃들 중에 흰 작약이 있으렷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좀 나누어 달라고 '부탁'을 다 하셨다. 의기양양하게 그러믄요, 맘대로 씨 받아 가셔요 했다.
귀하지 않은 꽃이지만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가을에 뒷 담 너머로 아무렇게나 팔매질해 던졌던 작약 씨앗이 이렇게 잡초 틈에 싹을 틔워 딱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생애 처음이라 포기도 꽃도 다 작다.(당겨 찍어서 잘 구분이 안되지만 실제로 꽤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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