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참 근근히 읽은 책 "사피엔스"(16.6.15)

heath1202 2016. 6. 15. 20:43

참 근근히 길게 읽은 책이다. 육백 페이지에 육박하긴 하지만 어려운 책도 아닌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티비를 봐야해서

그야말로 지렁이 오줌모양 찔끔찔끔 읽었다.

다행히 책이 개론서 수준으로 쉽고 문체가 경쾌하며 가끔씩 비유가 웃겨 낄낄거리게도 하여

결국, 마침내, finally, at last, in the end, 끝내긴 할 수 있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제1부-인지혁명, 제2부-농업혁명, 제3부-인류의 통합, 제4부-과학혁명이 그것으로

인류의 역사를 이 네가지 관점으로 서술하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부 인지혁명과 3부 인류의 통합이었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왜 이렇게 찌들어 살게 되었는가도 명쾌해졌다.

작가도 작가지만 글을 편안하고 맛깔스럽게 옮긴 번역자(조현욱)도 훌륭하다.

 

대목 하나.

"자본주의-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다른 면에서도 혁명적이다.  이전 시기의 윤리체계들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매우 힘든 거래를 제시했다.  사람들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그러려면 동정심과 관용을 키우고, 탐욕과 분노를 극복하며, 이기심을 억제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어려운 조건이었다.  윤리의 역사는 아무도 그에

맞춰 살 수 없는 훌륭한 이상들로 점철된 슬픈 이야기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예수를 모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불교도는 부처를 따르는 데 실패했으며, 대부분의 유생들은 공자를 울화통 터지게 했을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소비지상주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준수하며 살아간다."

                                                                                                     (pp493-494)

읽으며 한 생각. 종교든 이데올로기든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역사상의 어느 종교, 어느 이데올로기도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듯.

로마인이 기독교인을 해친 것과 비교할 수 없게 자기들끼리의 분열과 갈등 속에 죽은 기독교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

그 골육상쟁을 보았다면 예수의 심정은 어땠을라나.미얀마의 불교도는 무슬림들에게 자비롭지 못한다는 것(타종교에 비하면

규모는 비할 데 없지만 잔혹함의 근원은 같으니...), 모하메드가 지금 무슬림들끼리의 살육을 본다면 이슬람교를 만들지 않았을 텐데,

맑스는 어쩌면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데 좀 나이브 했던 건 아닌가..., 니체는 뭘 믿고 나같은 찌질한 인간더러 위버멘쉬가 되라고

격려하는가(물론 우울한 세상살이에 자기자신을 죄인 삼아가며 사는 것보다는 되든 안되든 춤추고 노래하며 제 삶의 주인으로 씩씩하게

살라는 유쾌함과 낙천성이 훨씬 끌리긴 하지만) 등등의 생각들을 잠시 해보았다. 결국 사람이 제 할 나름.

열심히 배우고 익혀 인간의 도리를 깨우치고, 자존감 높이고, 공생공존하며 사피엔스, 오래오래 살자쿵. ^^

 

책을 한 권 샀는데, 막막하다.

생각의 역사I』라는 책인데, 4만 5천원 짜리답게 사피엔스하고는 비교 안되게 두껍다.

문제는 활자가 작아서 다 읽고 나면 눈을 새로 해 넣어야 할 것 같고,

다행스러운 점은 백과사전 식으로 주제가 다양해서 구미 당기는대로 읽어도 되겠다는 것이다.

시간 펑펑 남게 될 내년에 읽어도 좋구.

 

 

                                                          (뒷 날개 사진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