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뽈리네르의 시 한 귀절을 어디서 들었는데
그 아름다운 싯귀가 언어는 지워지고
이미지만 아슴하게 남아서
혹시 찾을 수 있을까
묵은 시집을 찾아 보았다.
끝내 그 싯귀를 찾지 못했다.
아름다워 한참을 품고 살고 싶었는데.
갑자기 연거푸 재채기가 나 생각해보니
곰팡이 슨 시집 탓이다.
1976년 출판된 500원 짜리 시집이다
1980년 쯤, 고등학교 때 산 책이다.
참 조숙했던 모양이다.
시를 읽는 여고생이 얼마나 이뻤을까.
왜 나는 그때 내가 이쁜 줄 몰랐을까.
그 후로 이 시집을 읽지 않은 이십 여년 세월이었다.
목록이 많이 바뀌었지만 같은 기획 시리즈라 여겨지는,
2014년 인쇄된 타쿠보쿠의 시집을 며칠 전 8,000원 주고 샀다.
다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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