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백석평전을 읽고 잠깐(16.7.1)

heath1202 2016. 7. 1. 19:52

긴 마른 장마를 벌충하려는 듯 비가 억수로 내린다.

홀로 빗소리를 들으며, 가끔 밖의 운정이가 컹컹 짖으면

창턱에 뛰어올라 뉘 왔나 거드는 구름이를 놀리는 한편

나는 먼 길을 오는 이의 안부를 걱정한다

 

오늘 간신히 "『백석평전』(안도현)을 다 읽었다

끈기가 없는데다 일관되게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어서

4백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피하고 싶었지만 좀 전에 여러날 백석의 시를 읽었던 참이라

한 번 잡은 백석평전은 어떡하든 끝내야 했다.

백석이야 시 좋아하는 이들의 워너비이거나 우상이거나 일면 텍스트이거나 또한 판타지라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그 모든 것을 무참히 훼손할 수도 있는 것인데

평전을 다 읽은 후에 영 아니 그러하다 말할 수는 없겠다.

츠바이크의 몇 권, 얇삽하고 간명한 평전에 길든 나로서는

가벼운 교양 수준의 정보 정도면 충분할 터인데 너무도 시시콜콜 많은 내용이

조금 지루하고 지치기도 하였다. 너무 토막쳐서 읽은 탓도 크지만.

마침내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속이 후련할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침내 그렇게 그의 생이 끝났구나. 참도 지난하고 긴 삶이었다.

공식적으로 맥석의 시는 1963년으로 지면에서 사라졌다 한다.

백석이 사망한 것은 1996년이다.

과연 그가 시를 쓰지 않고 삼십년을 살았을까 내게는 의문이다.

다른 삶의 방식에 순응하고 그 삶에 만족을 하며 살았다손 치더라도

가슴 속에 와글거리는 시상과 시어들을 어찌 감당했을까

혹시 시를 써서 땅에 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불쑥 들었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과연 세월 속에 시에 무던해질 수 있었을까.

"백석시인은 말년에 전원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전언은 그렇다.

"시를 쓰는 자유를 내려놓음으로써 백석은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누렸던 것은 아닐까?"라고 안도현은 썼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아이는 자정이나 되어야 올 것 같다.

비는 오고, 걱정스럽다.

훌륭한 작가로 진즉에 분류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야겠다. 참 뭉클한 드라마다.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가르쳐주는 작가다.

 

김혜자가 슬퍼 어쩌나. 조인성이 슬퍼 어쩌나.

------ 최종회, 훈훈하게 잘 끝남. 나도 잠시 행복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