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에 대해 지식은 많지 않지만 동물을 퍽도 사랑하고 관심도 많은 편인데, 그 중에도 고래와 코끼리는 내가 가장 매혹된 동물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서 내 멋대로 의미를 덧붙이고 서사를 꾸미고 싶은 욕망조차 갖는다.
몇 년 전 하와이에서 혹동고래를 보자고 십만원 다 되는 돈을 주고 수평선을 눈이 빠져라 주시하던 때가 생각난다.
아득히 물기둥을 두어번 보았을 뿐 끝내 멋지게 솟구치는 고래를 보지는 못했는데, 애인에게 바람맞은 것보다 훨씬 섭섭했었다.
화장실에서 시사인을 읽다가 신간으로 소개된 『걷는 고래』를 보았다.
마침내 늘 내가 갖고 있던 의문인 "왜 고래는 바다로 들어간 것일까?"를 풀게 될 것인가?
저자는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자들을 공격하는데 이용하던 논리인 고래화석의 '잃어버린 고리'를 발견한 사람이라 한다.
(나는 종교에 무심하고자 노력하지만 창조론자들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난다.)
이 책을 통해 고래에 대한 나의 신화, 판타지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전능한 하느님이 뚝딱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렇게 사연 있는 진화가 나를 훨씬 더 매혹시킨다.
아울러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도 구입했다.
철저한 진화론자이신데,동물에 대한 연구과정이 그 분에겐 바로 득도의 과정이 아니었나 한다.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우연한 진화의 결과물로서의 자유로움 말이다.
나는 고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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