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아프지만 행복을 생각한 밤(16.7.6)

heath1202 2016. 7. 6. 01:05

오늘저녁, 먹은 게 뭐가 잘못 된 건지 몹시 아팠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식사를 너무 허겁지겁 우그려 넣었던 모양이다.

눈물 찔금거리며 몇 번을 토하고 나도 속이 가라앉지 않아 애써 잠을 청했는데 깨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 이런 사소한 고통에도 '죽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먹고 사는 일 외에 관심 가는 일이 더욱 많아졌는데 현대 미술도 그 중 하나다.

지난 번에 우연히 마이클 주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의 작품에 감명을 받았는데

오늘 접한 3명의 작가 중 설치미술가 안토니 곰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지지난 주인가 주문한 도록을 아직도 받고 있지 못한데 이번에는 이 작가의 도록을 찾아봐야겠다.

(도록들은 너무 비싸다. ㅠㅠ) 직관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 아주 좋다.

 

십여 년 전에 한강의 이상 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을 읽었을 때 앞으로는 이 작가의 작품 읽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성적이고 상식적이며 복잡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단순한 내 성격에 너무도

부담스럽고 다소 불쾌했던 기억이다. 혹시 그 때 내 심사가 꼬여 있던 것은 아닐까 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을 다시 읽었다. 역시나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예전에 느꼈던 그 과민함, 미시적인 문체가 이번에도 여전히 거북하다.

페스코 채식을 하는 내가 고기를 먹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고기를 씹는 행위가 구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아는 나로서도 작품에 좀체 공감과 이입이 쉽지 않았다. 아니, 공감 보다는 그냥 호감이라고 해야 맞겠다.

그러면서 한편 반성한다. 나 또한 내 식의 폭력을 누군가에게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어찌되었든 이제 읽을 참인 『소년이 온다』는 좀 달랐으면.

 

요즘은 무얼 사들이는데 거침이 없다. 풉, 누가 보면 대단한 것이라도 장만하는 줄 알겠는데, 내 자신, 별로 물욕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책 따위를 사는 일이다.  물론 안 읽는다. 하지만 거침없이 사놓으려고 한다. 퇴직할 내년에 읽을 책들이다.

올해 버는 돈은 거침없이 써야지 벼르고 있다.  맘에 드는 음반에, 여기 저기 쏘다니는 일에 한 달 벌어 한달 남김없이 써야겠다.

그러므로 나는 또 도록을 몇 권 주문해야겠다.  원서라 배송이 너무 늦다.

내년에는 시간은 펑펑 남아돌텐데, 수입이 그 시간을 메워 줄 수 있을런지.

 

지난 주말에 좋은 시인들의 시낭송을 놓쳤고, 너무너무 미장센이 아름답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을 머리가 아파

보지 못했다.  인근에서 딱 한군데 대전 씨지비 아트하우스에서 단 한 회 상영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꼭 봐야겠다.

마음에 고운 빛깔만, 그림자만 남았으면.

이번 주말은 오랜 친구들을 보게 된다.  역시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관심 영역이 한없이 뻗어간다. 벅차게 행복하다. 나야 알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매사 '넓고 얕게'를 지향하는 편이라 뭐든 부담 없이 가볍게 접해 볼 텐데,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캐어질 것을 대기하고 있는 관심사들이 흐뭇하다. 기다려라, 곧 캐어줄께.

 

옛날에 조금 읽다만 『총,균,쇠』를 다시 잡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전에 읽었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뀐 것 같다. 

요즘 빅히스토리가 대세라니 여기까지는 읽어야겠다. 인간과 인간의 역사, 세계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기르는데 아주 유용한 것 같다.

『빅 히스토리』까지는 읽어야 할까?

 

참으로 바쁘고 힘겹지만 온 힘을 끌어내어 하루하루를 이기고 있다.

그리고 꽤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잘 살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대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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