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신하게 집에 있기로 했다.
오후에 잠깐 문학관에라도 다녀올까 하다가 몰골도 흉하고 그간의 방탕으로 조금 지치기도 해서 참았다.
세탁기를 두 번이나 돌리고 구름이의 아지트인 이층방까지 집안 샅샅이 구름이털을 소탕했다.
그런 다음에 밀린 잠을 좀 따라잡고, 오후에 새로 시작한 내가 믿고 보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재방송을 일부 보았다.
앞으로 내가 시청할 유일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노장 배우들과 고현정의 연기에 감탄을 했고, 조인성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며가며 드라마를 청취(시청이 아니라)하다시피 했는데 문득 대사 하나가 귀에 탁 걸린다.
조인성의 대사인데, 대강 이렇다. 그냥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하면 안되나. 지친다 이제. 그만하자.
단어나 토씨가 몇 개 틀렸을 텐데, 암튼 내용은 그랬다. (재방송을 계속 할 테니 정확히 들어봐야겠다.)
내가 웃었다. 인성이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그리워서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이라면 어찌 드라마가 될 수 있겠는가.
세상에는 그리워도 그립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이 훨씬 많은 법이란다.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휴일이 꿈 같다. 오늘이 일요일이 맞나 잠깐 어리둥절 하다가 마치 내가 정신을 놓은 느낌을 받아 두려워졌다.
비가 세차다. 돌풍이 부는 곳도 있는 모양인데, 여긴 주룩주룩 빗소리만 일관되다.
내일이 엄두가 나지 않지만 막상 또 전선에 들면 그냥 또 밀려 살게 되리라는 거, 잘 안다. 그렇게 한 주 또 견뎌낼 것이다.
속도 상할 거고, 힘도 들 것이지만, 웃음이 헤픈 나는 또 웃기도 많이 웃을 것이다.
그리고 주말엔 또 오랜 벗과 함께 망월동 묘역에 갈 것이다. 오늘은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스토리편딩에 소액 펀딩을 했다.
(돈이 좀 많으면 좋겠다. 통 크게 기부 좀 하게. 내가 생각해도 너무 근근하다.)
내일 거뜬할 수 있도록 심호흡하며 마음 좀 구슬려야겠고, 배도 좀 채워야겠다. 마침 서울관광기념으로 사온, 시골빵집에서는 절대 팔지 않는
값비싼 깜빠뉴(유럽에선 밥이나 다름없는 빵인데 우리나라에선 턱없이 비싸)가 한 덩어리 있다. 요거트랑 총각김치랑 먹어볼까나(멋진조합!)?
굿나잇, 레이디스. 굿나잇, 젠틀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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