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낯선 곳에서 혼자 잘 놀기^^(16.5.13)

heath1202 2016. 5. 13. 18:24

 

주말에 서울가기로 하긴 했지만 오늘을 기약한 건 아니었다. 마침 어제 체육대회라고 부실한 관절로 종일 종종거렸던 터라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뭉개다가 껴켜이 쌓인 구름이 털 좀 쓸어내고 휴일엔 왁자할 무량사나 미리 다녀오면 족하리라 싶었다. 그런데 역시 충동의 인생답게 서울행 우등버스를 집어타고 말았던 것이니. 마침 꼬누고 있던 사진전이 국립헌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있었던 터다.

서울만 오면 심봉사 모양 애들 손에 이끌려 다녀 애들은 아마 내가 지하철도 혼자 못타는 촌사람인 줄 알지만 이래봬도 파리를 지하철 타고 여행했던 사람이다. 지들 뿌듯하라고 모르쇠 따라다녔던거지. 혹은 늙어져 만사 귀찮아 툭하면 택시 탔던 거구.

각설하고 망했다. 안국역에서 내려 미술관을 오는데 나를 붙드는게 너무 많았던 거다. 백범 사진 전시하고 있어 찬찬히 들여다보았고 그담엔 어떤 종편 채널에서 인터뷰하자고 붙들고(하고 많은서울사람들 두고...예전에 순천만에서 인터뷰한적 있었는데 말이 엄청 꼬여 두고두고 찜찜했었다 .그래서 사절) 그담엔 그린피스 회원들에게 붙들려 결국 후원약속서류작성 하고(사기 아닌가 나름 묻고 또 물어본담에,아니겠지), 거기다가 여유(실은 할일 없음)를 과시하느라 한없이 느리게 걸었더니 미술관에 너무 늦어 버렸다. 하여 점심대신 옛날 떡복기랑 커피 한잔(이런 환상적인 조합) 시켜놓고 이렇게 일없는 짓 하는 중 이다. 이제 또 무얼하나. 애 일은 늦게 끝난다지 혼자 영화 "곡성"을 봐야하나. 혼자 논다는게 보통 내공이 필요한게 아니다. 결국 단련하고 익숙해져야 할 일인데. 그래도 길 건너 고궁을 보며, 또 지나치는 사람들 보며 차 마시는 여유가 나쁘진 않다. 서서히 움직여야겠다.

 

 

 

혼자 셀카도 찍고


 


 

해가 기울어가는데 날씨가 드물게 상쾌하다.

고궁 앞 연등도 곱고 어여쁜 젊은 커플의 한복도 곱다.

푸른 수목도, 꽃도 곱다.

 

 

 

 

 

혼자 터덜터덜, 아이를 만날 시간이 기약이 없으므로 가능한 한 천천히 소격동 길을 걸어 내려오는 중이다.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니 "우린 젊다."고 할 만하다.

젊으니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니 젊다.

So..., can I say I'm young, too? - Definitely!  ㅎㅎ

 

 

당신의 일자리에 꽃이 피는 그날까지-제라늄 붉은 꽃이 너무 곱다.

둘째 아이가 다행이 놀지는 않는다. 개인 사무실이다.

열시도 넘어 끝난 아이에게 물었다. 야근 수당은 주니? 

아이의 대답. 뭔 말이래? 

 

 

상쾌한 저녁에 울려 퍼지는, 길에서 버스킹하는 젊은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나를 벤치에 주저 앉혔다. 

하긴 급할 것도 없으니까.

처음엔 나포함 두명이었는데 좀 지나니까 여러 명이 옹기종기 앉기 시작한다.

음향이 조금 거슬리고 그 때문인지 연주가 썩 매끄러운 감은 없었지만 길거리에서 그만한 연주면 충분하다 싶었다.

힘 내라고 만원 주고 씨디를 사 주었다.

사람들이 몇 명 모이자 흥이 났는지 처음엔 길건너에서 연주하더니, 길을 건너와 신청곡을 받아준다.

나도 "라일린"을 신청했더니 카포가 없어 어렵겠단다.

네 곡을 듣고 일어섰다.

 

음악을 들으며 올려다본 저녁 하늘이 아주 파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