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실컷 쏘다녔으니 오늘은 조신히 집을 돌보자며 집에 뭉개고 있다가 또 콧속이 간지러워져 슬슬 집을 나서 찾아 간 벗의 집이다.
실은 무료하던 차에 꽃구경 오라는 말을 전에 들었으니 그것을 구실 삼은 것이다.
사람마다 남을 놀라게 하는 한가지는 있게 마련이라는 게 내 생각인데 이 벗은 정말 남을 크게 놀라게 하는 점이 있다.
손수 일군 이 엄청난 정원이다.
정형의 이쁘기만 한, 강흥 없는 화단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백 평은 족히 되어보이는 너른 뜰(원래 좀 너른 마당 뿐이었으나 집옆의 밭을 정원으로 접수함)에 온갖 꽃나무가 어우러져 봄여름가을 꽃이 없는 때가 없다. 겨울엔 하우스 안에 아마.
지금은 한창 터져나던 봄꽃이 물러가고 아직 본격적으로 새로운 꽃이 피기 전이라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꽃천지로만 보인다.
벗은 자신의 성격 만큼이나 자연 그 자체의 정원을 지향한다. 웬만하면 가지를 쳐내지도 않고, 요래저래 줄맞추어 가며 인공적으로 꽃을 심지도 않는다.
질서정연한 유럽식 정원으로는 어림없는, 이꽃 저꽃이 서로 자연스럽게 섞이고 어우러져 내는 효과는 엄청나다.
절로 마음이 정원의 품에 스미는 느낌이다.
나는 무엇을 가꾸는 일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날로 먹는, 이 즐거움을 주는 벗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 정원은 내 주변에서 보는 불가사의한 일 중 단연 탑이다.
이것이 종일 직장에 근무하며 남 손 빌리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가꾼 정원이라니.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묘판과 포트에서 자라고 있는
무수한 모종들, 겨울이 다가오면 옮겨야 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분들, 씨 받고 풀 매고....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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