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충청도

추사고택(16.4.30)

heath1202 2016. 5. 1. 09:42

충동이란 일을 만드는 어마어마한 추동력이다.

아침에 어쩌다 세한도를 보다가 문득 예산 추사고택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고택 가본 지가 이십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주말이면 늘 내 발이 되어주던 이가 엊그제 40일 기약의 꽤 긴 여행을 떠났다. 앙코르-파키스탄-키르키즈스탄-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의 훈자계곡을 거쳐 간다는데, 살구꽃 만발한 훈자계곡을 보는 것이 내 소원중 하나다.

어제는 앙코르의 이스트 메본에서 비를 만나 돌틈에 앉아 비를 그으며 하염없이 유적지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단다.

(아, 동메본. 나도 그곳 참 좋아하는데. )

 

먼곳에 갈 때는 늘 남에게 의존해서 그동안 먼거리 운전할 기회가 참 없었다.

운전하기를 귀찮아 하기도 하고 낯선 곳을 운전하는 일에 겁이 많기도 한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 경력이 짧은 것도 아닌데 나서면 못할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찌 되었던 오늘은 나 밖에 운전할 사람이 없고, 운전을 안하면 그냥 주말을 발 묶여 멀미를 하며 보내야 한다.

오늘 정한 목적지는 예산 추사고택-아산 공세리 성당-아산 외암민속마을. 이쯤이야.

 

신경이 잠깐 쓰인 건 혼자 간다는 것.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 볼까 했지만, 나 아는 이들은 전부 가정에 충실한 모범적인 주부들이다.

주말에 빼내오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거참. 어떻게 그렇게 헌신하며 살 수 있는 건지.

사설하나 붙이자면,

예전에 혼자 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주 주말이면 한 나절 쯤 잠깐씩 함께 나들이를 했다.

친구는 좋아하긴 하면서도 늘 나에게 미안해했다. 마치 가정파괴범이라도 되는 양.

암시렁 않다고 내가 극구 말하는데도 친구는 늘 불편해했고, 그래서 나도 불편해졌다.

이 빌어먹을 가족 이기주의라니.  그 친구의 그 때 심정을 실감했다.

 

혼자 나선 길은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다. 흥겹기조차 했다.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대체로는 좋다. 대화가 잘 되고 취향이 비슷하다면. 

하지만 가끔은 백화점에 쇼핑 관심없는 이를 데려가는 것처럼 불편할 때가 있다.

샅샅이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햇볕에 뎁혀진 따뜻한 벽에 기대 앉아 먼산을 보며 잠깐 좋고 싶은데,

동행이 멀뚱이 얼렁 일정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오늘 나는 혼자고, 너무 고단하지 않을만큼 마음껏 해찰하며 다녔다. 

오랜만에 가본 추사고택은 옛날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주위는 쾌적하고 사람은 아주 많지 않아 여유있게 거닐었고 카메라 셀프타이머 설정해서 혼자 인증사진도 찍었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과 일정이 있고, 21일에는 광주 5·18민주묘지에 참배하러 가야하고 그 나머지 세 번의 주말은

자주적으로 설계를 해야 한다. 한번은 산등성이에 누운 와불들을 보러 화순 운주사에 가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늘 켜져 있는 텔레비전에서 누가 "향수"를 우직하게 부르길래 들여다보니 도올 김용옥이다.

눈물이 난다. 저렇게 아름다운 시가 다시 있으랴.

마침 내일은 오후에 정지용 문학관을 가기로 되어 있다. 오래 못본 님을 보는 듯 기쁘다.

 

 

 

 

 

 

 

나이 많은 매화나무. 매화꽃이 볼만 하겠다.

 

 

 

 

 

 

 

백송

 

안채

 

 

 

잔디밭 너머 추사 기념관

 

 

 

 

 

 

 

 

 

 

 

 

 

 

 

 

 

 

 

 

 

 

 

추사의 스승

 

 

 

 

 

 

 

 

 

 

 

 

 

 

 

 

 

추사 체험관

 

밖에서 본 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