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대로 였다.
산동에서 광양가는 길이 수월하여 이게 뭔일인가 했다.
굳이 갈일이 없었던 거다.
물론 나처럼 시절을 몰랐던지 서울이나 경기도 같은, 먼 데서 때를 놓쳐 온 관광버스들이 보이긴 하였지만
예년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다압으로 가는 길의 매화는 멀리 산그늘을 빼고는 거개가 져 있었다.
삼십 퍼센트 남짓이나 남았을까.
그것도 물기가 가신 채로.
그래서 큰 미련 없이 차를 돌렸다.
일정에 잡아놓은 지인 방문을 하러 갔다.
지인은 양지 바른 산비탈에 막 집을 완성해 가는 참이었다.
산비탈 밭은 온통 매화가 만발하여 다압에서 못 본 매화를 벌충해 주었다.
아마도 지인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의 마지막 집.
황토로 지은 스무평짜리 집은 안에 들어가니 난방도 없는데 후듯하다.
공부해가며 거의 손수 지은 집이란다.
나는 집에 별 욕심도 없는데 괜스레 좀 부러워진다.
그가 삶의 중한 마무리 한 가지를 마치고 안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례 광의면소재지 광성식당에서 칠천원짜리 백반을 먹었다.
온통 신선한 찬으로 한상 가득 차려졌다.
손맛 좋은 할머니께 음식 치사를 하니, 배고프면 다 맛있단다.
손님 시중 드는 할아버지께 잘 먹었다니 또 같은 말씀이다. 배고프면 다 맛있다고.
음식에 자부심을 드러냄 없이 소탈하게 응대하는 것이 오히려 넉넉하고 푸근하다.
이러니, 두루 구례가 더욱 더 좋다. 심지어 지리산 발치에 터잡고 싶을 만큼.
다압가는 길 차창 밖 섬진강에도 봄빛이 싱그럽다. 벚꽃 봉오리가 통통 여물고 성질 급한 몇 그루는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예년 이맘 때 같으면 하동과 광양을 잇는 남도다리에 매화관광차가 빽빽이 밀려 있을 터였다.
그 중 실한 매화꽃을 발견했다. 삼십 퍼센트 쯤 꽃받침만 남은.
성질 급한 벚꽃
섬진강 잔물결
도처에 동백이 흐드러졌다. 꽃송이 채 지는 재래 동백이 처연하고 좋은데 이 종은 낱장 꽃잎으로 진다.
보기만 해도 간지러운.......
매화를 이렇게 화초로 만든 이도 있었다.
완성되어 가는 지인의 집
지인의 집앞은 매실밭인데 약간 고도가 있어선지 이제야 갓 피어난 매화를 볼 수 있었다. 고맙기도 하지.
버들개지
지인의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둠벙. 지인의 산책로라 한다. 좋겠다.
지인 집 근처의 산동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둘레길. 점심 먹고 잠깐 산책을 하였는데 두 시간여 걸려 산동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가 산수유랑 매화에 정신 팔린 사이 진달래가 혼자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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