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전라남도

매화는 이미 져 가고...(16.3.26)

heath1202 2016. 3. 28. 19:37

우려하던 대로 였다.

산동에서 광양가는 길이 수월하여 이게 뭔일인가 했다.

굳이 갈일이 없었던 거다.

물론 나처럼 시절을 몰랐던지 서울이나 경기도 같은, 먼 데서 때를 놓쳐 온 관광버스들이  보이긴 하였지만

예년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다압으로 가는 길의 매화는 멀리 산그늘을 빼고는 거개가 져 있었다.

삼십 퍼센트 남짓이나 남았을까.

그것도 물기가 가신 채로.

그래서 큰 미련 없이 차를 돌렸다.

일정에 잡아놓은 지인 방문을 하러 갔다.

지인은 양지 바른 산비탈에 막 집을 완성해 가는 참이었다.

산비탈 밭은 온통 매화가 만발하여 다압에서 못 본 매화를 벌충해 주었다.


아마도 지인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의 마지막 집.

황토로 지은 스무평짜리 집은 안에 들어가니 난방도 없는데 후듯하다.

공부해가며 거의 손수 지은 집이란다.

나는 집에 별 욕심도 없는데 괜스레 좀 부러워진다.

그가 삶의 중한 마무리 한 가지를 마치고 안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례 광의면소재지 광성식당에서 칠천원짜리 백반을 먹었다.

온통 신선한 찬으로 한상 가득 차려졌다.

손맛 좋은 할머니께 음식 치사를 하니, 배고프면 다 맛있단다.

손님 시중 드는 할아버지께 잘 먹었다니 또 같은 말씀이다. 배고프면 다 맛있다고.

음식에 자부심을 드러냄 없이 소탈하게 응대하는 것이 오히려 넉넉하고 푸근하다.

이러니, 두루 구례가 더욱 더 좋다. 심지어 지리산 발치에 터잡고 싶을 만큼.

 

다압가는 길 차창 밖 섬진강에도 봄빛이 싱그럽다. 벚꽃 봉오리가 통통 여물고 성질 급한 몇 그루는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예년 이맘 때 같으면 하동과 광양을 잇는 남도다리에 매화관광차가 빽빽이 밀려 있을 터였다.

 

그 중 실한 매화꽃을 발견했다. 삼십 퍼센트 쯤 꽃받침만 남은.

 

성질 급한 벚꽃

 

섬진강 잔물결

 

도처에 동백이 흐드러졌다. 꽃송이 채 지는 재래 동백이 처연하고 좋은데 이 종은 낱장 꽃잎으로 진다.

 

보기만 해도 간지러운.......

 

 

 

매화를 이렇게 화초로 만든 이도 있었다.

 

완성되어 가는 지인의 집

 

지인의 집앞은 매실밭인데 약간 고도가 있어선지 이제야 갓 피어난 매화를 볼 수 있었다. 고맙기도 하지.

 

 

 

 

버들개지

 

지인의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둠벙. 지인의 산책로라 한다. 좋겠다.

 

 

지인 집 근처의 산동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둘레길. 점심 먹고 잠깐 산책을 하였는데 두 시간여 걸려 산동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가 산수유랑 매화에 정신 팔린 사이 진달래가 혼자 피고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