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나를 착하게 만든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heath1202 2016. 3. 18. 01:05

나는 타고난 개인주의자로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간명한 편이다.

나이들어 다소 바뀌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의 기준이 명확하고

그 기준을 고수하는 편이며 내 영역에 누구를 들이는 일에 엄격하다.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그다.

물론 가족이라는 것이 그 어느 관계에 비할 수 없게 굉장히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태생적으로 피가 묽은 것인지 혈연이라 해서 또는 친지라 해서 기껍게 나를 참고 결함 투성이 그들을 견디는 일이 쉽게 되지 않는다.

또 가족 '판타지'나 신화, 가족 이기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굉장히 크고 전가의 보도처럼 만사에 휘둘러지는 가족주의와

그 신봉자들이 몹시 거북하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인간관계는 상당히 추상적인 듯도 하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깊이 움직인 책이 있다.

바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제목에 현혹되어 선택했는데 책을 구입할 때는 죽음에 대한 굉장한 철학적 고뇌를 기대했던 듯 싶다.

하지만 책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내 기대와 달랐다. 정말 평이한, 한 의사의 노인과 관련한 일상사의 꼼꼼한 관찰과 서술.

작가의 사적 감정을 좀체 개입하지 않은, 그러나 따뜻하고 일관된 자상함으로 작가 주변 인물들의 말년의 삶을 관찰하며

어떻게 그들의 자신들의 마지막을 주체성, 존엄성을 잃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현실적(의학적) 모색에 관한 책이었다.

진정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느 찬란한 백마디 말보다 이러한 현실적 도움임은 지당하다.

참으로 담담한데, 어려운 철학 용어하나 나오지 않아 웬열, 하며 솔직히 처음에 다소 실망하기도 하였는데,

읽어가는 중에 점차 마음이 따뜻해지고 노인(노쇠, 죽음)의 문제를 바로 나의 구체적 문제로 소름돋게 실감하기 시작했다. .

나의 엄마. 팔순을 넘긴 나의 엄마, 나의 문제. 그리고 나라에 기댈 수 없는 우리나라 노인의 문제.

노쇠와 죽음이 철학적, 형이상학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앞에 현실로 닦아 섰다.

만일 나의 엄마가 더욱 늙고 건강을 잃게 된다면 내가 실행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이렇게 고민하기는 처음이었다.

강력한 자기 주장은 없지만 시종 잃지않는 작가의 인간의 노년에 대한 따뜻하고 자상한 시선이 점차 감동으로 다가왔고, 

객관성을 잃지 않고 전문성 있는 의사로서 제시해 보여주는 다양한 실질적 방안들은 나로 하여금 노인의 마지막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게 했다.

제목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지만 사실 책의 관점은 노인 당사자가 아니라 노인을 돌보는 우리와 우리 사회의 관점이다.

그러므로 내용상 제목은 "어떻게 존엄하고 편히 죽도록 도울 것인가"가 합당할 듯 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반찬 몇가지를 해서 엄마한테 가져다 드렸다.

반세기를 엄마 김치를 얻어먹고 산 내가 말이다.

슬프고 미안해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순하고 따뜻하게 말을 해보았다.

희생으로 점철된 삶을 산 한 인간을 따뜻하게 대해 보았다.

 

 

 

발췌: 아마존

 

"의학은 죽음과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까"
의사는 인간의 죽음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존재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패배다. 잠시 승리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죽음을 물리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싸우는 방법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패배가 결정되었다고 싸움을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결과가 다르지 않다면 과정을 바꿔 새로운 국면을 찾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외과의 아툴 가완디는 의학이 차지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의학과 죽음이 새롭게 대화할 가능성을 찾는다.

요즘은 대다수가 노화와 죽음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겪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자신의 시선, 가족의 테두리에서 보내지 못하고, 최후까지 최선의 의료 속에서 의학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진실, 즉 생명을 지키려는 의료진과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온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여지가 부딪힌다. 이 책은 전자의 최전선에서 살아온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다른 균형점을 찾는 여정이다. 의학이 해낼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지만, 적어도 죽음 앞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지는 의학뿐 아니라 죽음을 앞둔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 인문 MD 박태근 (2015.06.02.)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인 아툴 가완디의 책. 이 책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과 의학의 한계를 고백하는 책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인구 구조의 직사각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50세 인구와 5세 인구가 비슷하며, 30년 후에는 80세 이상 인구와 5세 이하 인구가 맞먹을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는 24.3%, 2060년에는 40.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툴 가완디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 및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성취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 아툴 가완디 (Atul Gawande) 

 

최근작 :

<어떻게 죽을 것인가>,<체크! 체크리스트>,<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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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의이며 뉴요커The New Yorker지 전속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첫 저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Complications은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고,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Better2007년 아마존 10대 도서에 선정되었으며, 체크! 체크리스트The Checklist Ma...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의이며 뉴요커The New Yorker지 전속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첫 저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Complications은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고,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Better2007년 아마존 10대 도서에 선정되었으며, 체크! 체크리스트The Checklist Manifesto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저술가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최고의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비롯해 내셔널 매거진 어워즈를 2회 수상했고, 사회에 가장 창조적인 기여를 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타임Tim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5년 영국 프로스펙트Prospect지가 선정한 '세계적인 사상가 50'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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