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담(15.12.16)

heath1202 2015. 12. 16. 21:57

갑자기 밥이 먹고 싶어 밥을 하려고 밥솥을 여니 밥이 상해 있다.

지난 주말에 해 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밥 전에도 썩어 버렸는데.ㅉ.

밥을 안 먹으려면 일관되게 안 먹어야 하는데 가끔 김치랑 김이랑 등등 해서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진다.

그런 때엔 쌀에 현미찹쌀에 귀리에 렌틸콩을 기본으로 이런저런 잡곡을 섞어 그야말로 럭셔리밥을 하는데 그때 뿐 까맣게 잊고 만다.

밥을 할 때는 앞으로는 하루 한끼 꼭 밥먹고 살리라는 가열찬 결심이지만 한두번 먹고 나면 밥이 물려서 밥먹고 싶은 생각이 안나므로

어김없이 위와 같은 불상사가 빚어지고 만다. 이럴거면 새로 개업한 현대옥에 가서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해장국이나 사먹는게 낫겠다.

땅에 발딛고 살라고, 샘은 발빝에 흐르고 있다고 니체가 그랬는데, 그래서 땅에 발딛기 일환으로 밥부터 챙겨벅을 계획이었는데

니체 읽느라고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새로 밥을 앉혔더니 밥내가 참 좋다. 다행히 명란 넣고 끓여놓았던 알탕은 한 번 뎁혀 놓아서 무사하다. 그마저 상했으면 엄청 열받았을 터인데.

니체가 또 그랬다. 지식을 쌓으면 그 다음이 또 흥미가 생기서 사는게 질리지 않는다고. 맞는 말이다. 요새 책 읽는 재미가 좋다.

물론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양적으로는 별거 없지만 정신적 만족도가 하늘을 찌르는지라, 자기애 쩌는 요즘이다.

그런데 니체인지 쇼펜하우어인지가(아니, 둘다 말했을거다) 또 말하길 남의 생각에 휘둘려 살지 말라 했는데

요즘 내가 그리 사느라 도대체 내 생각이란 게 없어서 좀체 뭘 쓸게 없다.

 

"혼자 산다는 ..."는 지난 주 티비엔 비밀독서단에서 소개한 책이다. 내가 또 1인 가구인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신기주기자가 추천해서 선택했다.

역할밀도가 아닌 자기밀도 고양을 행복의 요건으로 얘기한 기억이 나는데, 나는 자기밀도가 너무 높은 삶을 구가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역할밀도를 좀 더 높이는, 희생과 헌신의 삶을 지향해볼까 한다. (농담. 그런 싸가지가 없음.) 고독이 능력이라 친다면, 나는 ㅋ.

"에쿠우스"는 이번 주말 관람할 연극 예습. 읽다보니 새록새록 옛날 읽었던 생각이 난다. 나랑 동반하는 이가 '에쿠우스" 공연을 두번이나

이미 보고도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하므로 이번에 보고도 모르겠다 하면 집어치우라 하던지 나라도 미리 공부해 가르쳐주어야 한다.

"구름의 성 운남"은 운남성 기행문이다. 내가 이번 겨울 윈난성 갈 예정으로 쿤밍가는 비행기표 끊어놓고 대기하고 있는데(비행기값 아낀다고

동방항공 표 끊었더니 가는 길 오는 길이 다 하도 파란만장이라 이미 의욕이 바닥이긴 하지만) 윈난성 백배 즐기기 마땅히 이런 실용서이어야 하는데

운남이 좋아 윈난이라 하지않고 운남이라는, 이런 감성주의 책이 얼마나 도움이나 될런지. 낭만주의자들이란......ㅋ.저자와 마찬가지로 구름의 남쪽에

꽂혀 윈난에 가려는 나는 최시인의 책 한권 들고 윈난에 가려한다. ㅋ.

"장기보수시대"는 시사인에 칼럼을 쓰고 있는 신기주 기자가 지은 책이다. 내가 신기자를 좋아하기로 작정했으므로 그의 책도 사주어야 한다.

목차를 보니 전방위다.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왜 세상이 이모양인지. 다 읽고 새봄이면 나도 겁나 똑똑해져 있으려나.

그나저나 책욕심을 너무 낸다. 안 읽는 책이 자꾸 쌓이는데, 이젠 죄의식도 안생긴다. 왜냐하면 읽을 것이므로. 언젠가는 읽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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