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를 슬프게 하는 목숨들(15.12.16)

heath1202 2015. 12. 16. 14:09

오늘 아침 출근길에 까망이가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어젯 저녁에 모임이 있어 귀가가 늦은 탓에 늦게 밥을 챙겨주었는데,

누렁이가 다 먹어치웠던 모양이다.(까망이는 이른 저녁에 온다)

밤새 배를 곯았는지, 그리도 경계심 많은 녀석이 바로 내 발치에서

애처롭게 나를 올려다보며 울고 있다.

듬뿍 밥을 챙겨주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를 찾아와 주어 고맙구나.

 

목숨 하나를 거두는 일이 이렇듯 보통 책임이 따르는 일이 아니다.

올 겨울에 열흘 쯤 오매불망 그리던 윈난성에 가려 한다.

걸리는 건 말 못하는 짐승들이다.

구름이를 비롯해, 운정이, 까망이, 누렁이.

아줌마바라기 구름이는 누구에게 맡기는 도리 밖에 없고

더 큰 문제는 나머지 녀석들이다.

요며칠 몹시 고민 중이다.

추운데 배까지 곯아야하는 녀석들을 상상도 하기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