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까망이가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어젯 저녁에 모임이 있어 귀가가 늦은 탓에 늦게 밥을 챙겨주었는데,
누렁이가 다 먹어치웠던 모양이다.(까망이는 이른 저녁에 온다)
밤새 배를 곯았는지, 그리도 경계심 많은 녀석이 바로 내 발치에서
애처롭게 나를 올려다보며 울고 있다.
듬뿍 밥을 챙겨주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를 찾아와 주어 고맙구나.
목숨 하나를 거두는 일이 이렇듯 보통 책임이 따르는 일이 아니다.
올 겨울에 열흘 쯤 오매불망 그리던 윈난성에 가려 한다.
걸리는 건 말 못하는 짐승들이다.
구름이를 비롯해, 운정이, 까망이, 누렁이.
아줌마바라기 구름이는 누구에게 맡기는 도리 밖에 없고
더 큰 문제는 나머지 녀석들이다.
요며칠 몹시 고민 중이다.
추운데 배까지 곯아야하는 녀석들을 상상도 하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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