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다만 걸어가는 그림자일 뿐.
제시간이 오면 무대 위에서 활개치며 안달하나, 얼마 안 가 영영 잊혀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
백치들이 지껄이는 무의미한 광란의 이야기”
얼마 전에 본 영화 "맥베스"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한 때는 매료되어 샅샅이 밑줄 그으며 읽었던 희곡인데, 세월이 지나니 기억도 아스라해서 영화보는 내내 대사 따라잡느라 애먹었다.
셰익스피어 극은 비유가 많기 때문에 미리 대사를 숙지하지 않으면 대사의 의미와 표현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가 없다.
지금은 막스 프리시의 희곡 "만리장성"을 읽으려고 편 참이다. 한 때는 부조리극에 관심이 많아 좀 찾아읽곤 하였었는데, 먹고 산다고
까맣게 잊고 살았다. 다시 펴보니 에효, 백지다. 읽은 기억조차 없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잡으니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처음인 양 낯설다.
연극 "에쿠우스" 표를 예약해 두었다. 일요일의 좋은 좌석이었는데 토요일의 나쁜 좌석으로 바꾸었다. 나의 이 얍삽한 관람 포인트.
조재현, 류덕환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무엇보다도 유명하니까. 일요일 배우들(김태훈 이하)한테 미안해졌다.
이번 만큼은 꼭 희곡을 읽고 가야겠다. 떠오르는 건 말 밖에 없으니. ㅜㅜ
옛날의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분이 편안하다.
많이 걸어왔고, 이제 더는 허겁지겁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긋함.
이 기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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