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니체에 기댄 이런저런 생각(15.12.14)

heath1202 2015. 12. 14. 22:51

어떻게 하면 좀 더 삶에 투신해 살 수 있을 것인가 늘 생각한다.  온전히 내 무게를 실어서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삶에의 과한 경건성과 엄숙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실상 나는 삶에 너무 경건하고 무거운 엄숙주의자인 모양이다.

내 자신의 삶에 대한 나의 신랄함이나 때로는 조롱, 냉소까지 그 근원은 삶에 대한 과한 기대, 그러나 실상은 지리멸렬하기 이름데

없는 내 삶에 대한 실망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삶에 대한 과한 기대는 나로 하여금 번번히 일상의 무의미, 가벼움, 요지부동 속에서 

조롱과 무안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견딜 수 없는 나는 자주 슬프고 괴롭고 화가 난다.

슬픔과 괴로움이 일상의 양식이래서야 어찌 견딘단 말인가. 물론 나도 안다. 인간이, 대개의 인간의 삶이 단적으로 그다지  대수롭지는 않다는 걸.  

그리고 그 대개가 아닌 삶을 구현하고자 할 때 만만치 않은 댓가가 치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일상은 진실을 외면한 채 소소한

일상에 애써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한, 아니면 삶의 의미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달리하지 않는 한 지리멸렬한 생존을 위한 고투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은 그러한 삶에 함몰되고, 달리 가치를 찾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 가치를 다른 어떤 존재, 신에 의탁해 의미를 부여 받는다. 

 

난감한 부류가 나같은 인간이다. 혜안을 타고 난 것도 아니요, 강철같은 의지를 가진 것도 아니며, 고분고분해서 수긋하니 주어진 가치를 수용하는 것도 아닌, 대책 없이 의심과 투정만 하는 자. 적당히 자신을 괴롭히며 사는 삶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 누가 도와줄까봐 조바심 내는 유형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내 삶의 문제를 스스로 풀고 헤쳐나가기를 원하며 그 속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힘들고 불완전하지만 내 영혼을 누구에게 절대 의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 때때로 뼈시리게 외롭거나 긴긴 대국을 마친 택(응팔의 바둑소년)이처럼 고단한 것도 사실이다. 가끔 나와 같은 벗이 한 명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왠일인지 너무 순하고 착하여 반역을 모른다. 착한 이들 곁에 있는 것은 참 따뜻하고 위안이 되지만, 아무리 좋은 이들이라도 끝내 내가 말하지 못하는 고독이 있다.

 

요즘 내가 니체에 대해 좀 읽으면서 정말 그가 초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평생을 함께 할 벗 한명 없이, 그의 천재를 인정하는 사상적 동지도 없이, 변변한 가족도 없이, 사랑도 없이, 분열하는 정신과 육신의 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토록 힘차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상을 설파할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그의 무한긍정?의 낙천성 마냥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같은 유형의 인간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지침을 제시해 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의 기준으로 볼 때 본인이야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읽기에 참 즐겁고 좋은 사람이고 나는 그런 그에게서 힘을 얻는다.

 

 

<나를 힘나게 하는 니체의 말들>

 

*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고 비관하지 마라. 재능이 없다면 그것을 습득하면 된다.

* 자기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영혼을 외면하지 마라. 더 높은 곳을 향한 꿈과 이상을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면 그리운 듯이 말하지 마라.

  살면서 어느 사이에 꿈과 이상을 버리게 되면, 그것을 말하는 사람을 비웃게 되고 시샘으로 인해 마음이 어지러워 진다. 그러면 발전하려는

  의지나 자기 자신을 극복하겠다는 강고한 마음 또한 버려지게 된다.

* 한 번도 춤추지 않았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 모든 일의 시작은 위험한 법이지만, 무슨 일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 우리 몸의 감각이나 관능을 저질스럽거나 부도덕한 것, 또는 우리의 의식이 개입되지 않는 단순한 뇌의 화학반응이라고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멀리하지 마라. 자기의 감각을 마음껏 사랑해야 한다. 인간은 신체의 감각과 관능을 예술로 승화시켜 문화라는 것을 만들어왔다.

* 베우고, 지식을 쌓고, 그것을 교양이나 지혜로 확장해 나가는 사람은 삶이 지겨울 틈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전보다 한층 흥미로와지기

  때문이다.

* 천상의 것들은 신의 영역에 속하지만, 대지의 것들은 인간이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대상이다. 천상의 것들은 인간의 외부에 있지만, 대지의

  것들은 인간의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 용기는 죽음을 죽인다. 그때 용기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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