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붉은 숲 속으로 하얀 길 한 줄기 걸어간다
따라 들어가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숲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나는 겁이 난다
그 길에 한번 들고 나면
천번 만번 뒤돌아보며 떠난 세상
다시는 영영 그대를 보지 못할 길이 될 것 같다
수몰지 검푸른 수심으로 묵묵히 길이 걸어 간다
한 때 까르륵 풍기던 웃음과 정답던 얘기들은
이제 물밑 바닥 깊은 곳에서 저희들끼리나 수런대고
나 혹시 그들의 얘기에 귀를 빼앗기고 나면
다시는 영영 햇살 눈부신 세상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결행으로만 들어야 하는 길이다
저 바다로 내닫던 길이 뚝 걸음을 멈추었다
가끔의 내 마음과 같은 아득한 낭떠러지
발목을 휘감아 쓰러뜨릴 듯
파도가 발치까지 달려들어 으름짱을 놓는다
일언지하,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그 길은,
섣부른 한 걸음으로도 결단이 날 그 길은,
길이 아니다, 투신이다
내 마음에 무수한 길들이 현란히 빗발친다
나는 비문증 환자처럼 마음이 어수선하다
세월을 아무리 겪어도 여전히 나는 길눈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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