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의 결혼식이 익산에서 있었다.
혼자 운전해 간적이 오래전 단 한 번 뿐이어서 긴장이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덕인지 요즘은 아무려면 어쩌랴 하는 아주 바람직한 마음자세가 생겨서 서울만 아니라면
어디든 겁날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결혼식은 두시라 여유있게 집을 나섰는데 고속도로가 꽤 붐빈다.
국도도 훌륭한데 네비에 너무 의지한 탓에 얼결에 고속도로로 들어선 거였다.
암튼 결혼식장도 잘 찾고 하여 벗들 만나 이야기 나누다 뿔뿔히 흩어졌는데
이곳까지 와서 미륵사지를 안보고 가면 너무 섭섭한 일이지.
간간히 부슬비가 뿌리는 날씨는 오히려 샛길로 빠지고픈 내 기분을 한껏 부추킨다.
비에 젖어 얼마 안 남은 가을잎은 그 빛깔이 훨씬 진하고 온갖 들뜬 것들은 다 차분히 가라앉았으며
가장 좋은 점은 분위기 있는 여인네 혼자 거닌다면 그 그림이 한결 그럴싸 하리라는 것이지. ㅎㅎ
각설하고 좋았다. 혼자였던 탓으로 남 신경 쓸 것 없이 찬찬히 유물이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마구 우러나는 시간이었다.
전에 익산의 유력 민간단체가 미륵사지 탑의 복원에 대해 전체 다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6층까지만 복원하기로 한다고
되어 있다. 나도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무너진 것도 또한 역사이므로 그 역사를 안아야 되는 것이라 보는 것이다.
나는 무슨사도 좋지만 무슨사지 또는 무슨 폐사지도 그 못지 않게 좋아한다.
인간사 흥망성쇠를 느끼는데 그런 곳처럼 실감나는 데가 없기 때문이다. 미륵사지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인적도 번잡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부속건물이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돌아오는 길은 또 네비가 안내해주는 대로 국도로 왔는데 4차선 도로가 하도 한산해서 음악에 푹 젖어도 좋았다.
길이 내가 일하는 곳을 거치게 되어 우스웠다. 논산육군훈련소 앞을 처음 지나가 봤다.
지나가던 총각같은 젊은 아빠가 찍어준 인증샷
이미 날은 저물어가는데 미륵사지 옆 동네에 짧지만 이렇게 곱게 물든 메타세콰이어길이 있었다.
'여행(우리나라) > 전라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주 화암사(15.11.21) (0) | 2015.11.22 |
---|---|
완주 되재성당지(15.11.21) (0) | 2015.11.21 |
무주 덕유산(15.10.31) (0) | 2015.11.01 |
남원 운봉 지리산 둘레에서 산책하기(15.10.9) (0) | 2015.10.11 |
고창 선운사 꽃무릇(15.9.20) (0) | 2015.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