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15.10.6)

heath1202 2015. 10. 30. 16:58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견뎠다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쯤 감내 못할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내가 너를 사랑한 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여섯 시 기상 따위 내 일과처럼

한결같은 너를 사랑하는 내 지침이었다

그리도 너그럽고 참을성 많은 말이었다

네가 바란 일은 아니었다고

내가 기꺼이 감내한 일이라고

너는 면피를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래, 해보자고, 나는 갈 데까지 비굴해졌고

할 수 있을 만큼 인내하였으며

더 이상 맛볼 수 없을 만큼 사랑이 썼다

너도 모르지는 않았으리라

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얼마나 위태롭게 나 자신을 해치고

얼마나 목이 메이게 그 상처를 삼키게 했으며

얼마나 다시 아플 각오를 다지게 했는지를

내가 너를 사랑함에 몇 번이나

쓰러질래야 쓰러질 수 없는 가난한 복서처럼 

슬프게 몸을 일으키고 또 일으켜 세웠는지를

네 그 뼛 속 시린 냉담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차가워지지 않기 위해서

굳어가는 마음을 어르고 다독였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원히 나의 대척점이었다

태생이 가난한, 참 가여운 네 마음이었다

 

 

'다시 새겨볼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뜻한 세상을 위한 실천 캠페인^^(15.11.3.)  (0) 2015.11.03
이소(15.11.2)  (0) 2015.11.02
우두망찰...(15.10.28)  (0) 2015.10.28
정리 2(15.10.23)  (0) 2015.10.23
즐거운 상상(15.10.19)  (0)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