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견뎠다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쯤 감내 못할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내가 너를 사랑한 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여섯 시 기상 따위 내 일과처럼
한결같은 너를 사랑하는 내 지침이었다
그리도 너그럽고 참을성 많은 말이었다
네가 바란 일은 아니었다고
내가 기꺼이 감내한 일이라고
너는 면피를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래, 해보자고, 나는 갈 데까지 비굴해졌고
할 수 있을 만큼 인내하였으며
더 이상 맛볼 수 없을 만큼 사랑이 썼다
너도 모르지는 않았으리라
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얼마나 위태롭게 나 자신을 해치고
얼마나 목이 메이게 그 상처를 삼키게 했으며
얼마나 다시 아플 각오를 다지게 했는지를
내가 너를 사랑함에 몇 번이나
쓰러질래야 쓰러질 수 없는 가난한 복서처럼
슬프게 몸을 일으키고 또 일으켜 세웠는지를
네 그 뼛 속 시린 냉담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차가워지지 않기 위해서
굳어가는 마음을 어르고 다독였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원히 나의 대척점이었다
태생이 가난한, 참 가여운 네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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