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예술과 우울(15.10.29)

heath1202 2015. 10. 29. 10:31

이삼일 시의 적절하게 조성진의 쇼팽 연주를 듣고 또 들었다. 쇼팽의 짧고 불행한 삶도 생각했다.

어제는 파두를 듣다가 리스본에 몹시 가고 싶어졌다. 이곳에서도 리스본행 기차가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고흐의 그림들을 보았다. 테오와의 서간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빛나지 않을 아를에도 가고 싶었다.

예술창작의 원천은 대체로 우울과 슬픔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을 누리는 입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마다 기질이 달라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유쾌함은 쉽게 기화된다는 것,

결국은 예술행위란 낮고 깊고 푸른 마음의 방에 돌아와 묵묵한 시간을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 예술가들을 보며, 또

그렇게 예술을 향유하는 나를 보며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러한 우울이 결코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주 농축된 쾌락이 느껴진다.

 

 

출근길, 아침 영어교육 프로그램에서 생뚱맞게 재즈 음악을 틀어주는데 하나도 이상하지가 않다.

가을이니까. 내가 뉴욕에 있는 잉글리쉬맨이라 우겨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기분이다.

가을이므로 나는 안 가던 산도 가보려고 한다. 아름다운 단풍도 보고, 소풍객들 탄성 틈에 내 목소리도 섞어보려 한다.

하지만 돌아와서는 죽지 않을 만큼 내 마음의 바닥까지 다그쳐보고 또 따뜻한 위로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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