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는 이렇게 촛불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사느라고 애썼다고, 그만하면 잘 살았다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보라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늘 그랬던 것처럼 무슨 유난이냐고 손사래 쳐가며 별것도 아닌 의식을 몸둘바 몰라 해야 하는 걸까?
나의 구름이가 나보다 더 의젓하게 의식에 임하고 있어, 나도 이제부터는 촌티내지 말고 유쾌하게 축하를 받기로 하였다.
생일이 겁나게 유난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조그만 케잌하나 즐기는 것이 과할 만큼 의미없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사뭇 가벼운 마음으로 촛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가 원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생일 선물 준다고 하면 덥석덥석 받기로 하였다.
그간 아이들이 나름 무리해서 지들 딴에는 꽤 좋은 지갑도 사주고 화장품도 사주었는데, 번번히 뭘 이런 걸 하며 값지게 써주질 않았더니
선물 하고픈 흥이 안난단다. 내 발등 내가 찍었다. 내년부턴 먼저 선물 찍어놓고 사달라고 졸라봐야겠다.ㅋㅋ
팔순 노모는 꼭 미역국 끓여먹으라고 신신당부다. 지키지는 않겠지만 꼭 그러마고 약속했다.
큰 아이가 엄마보러 와 주었다. 작은 놈은 지난 주에 봤는데 또 보냐며 안왔다. 뭐, 섭섭할 것도 없다.
그래도 내가 내 엄마한테 하는 것보다는 훨씬 잘한다.
명재 고택엘 또 갔다. 논산 노성에는 가격(만원) 대비 아주 훌륭한 항아리보쌈집이 있는데, 얼마 전에 먹고는 감명 받아서 딸 데리고 또 갔다.
고기를 안 먹는 내가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그야말로 보쌈 빼놓고는 다 내 반찬이 깔리는 맘에 쏙 드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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