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이 분다
산들하게 분다
나도 산들바람 같은 여자면 좋을 텐데
산들바람처럼 말씨가 상냥해서
사랑의 말을 하면 노래처럼 듣기 좋고
산들바람처럼 태도 좋아서
뒷꿈치를 들고 춤을 추듯 걸으면
당신도 기분이 좋아져서
길게 손뻗어 나를 잡아보려 할 텐데
하지만 나는 바람이니, 산들한 바람이니
손가락 사이를 비단처럼 미끄러져 달아나며
애가 닳은 당신을 희롱하면
당신은 껄껄 웃지 않을 도리 없겠지
아, 산들산들하게
나의 사랑이 그리 가벼울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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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그럴 리 없지
산들바람처럼 웃음이 헤플 리 없고
사람을 품는 일에 선선할 리 없다
내게 오는 사랑에 그리 호락호락 할 리 없어
나는 고양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끝없이 당신의 사랑을 수상쩍어 할 것이고
헤집어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악착같이 사랑이란 사랑은 다 집어 삼키고도
에릭직톤처처럼 허기가 져서는
애처로운 사랑 하나를 또 집어 삼킬 것이다
모르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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