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고 잊혀지는 기쁨이 기쁨일 것이며, 기쁘다고 잊혀지는 슬픔이 어디 슬픔이겠는가.(중략)억겁의 심연 속에서 서로 섞이지 않고, 서로 맞서지도 않으며, 서로 위로하지도 않는 그 둘.(남덕현)
기쁘다고 마냥 기쁨 뿐이며 슬프다고 마냥 슬픔 뿐이랴. 하지만 슬픔과 기쁨이 정직한 저울처럼 평형을 이루지는 않을 테니 슬픔 쪽으로 현저히 기우는 때가 있고 요즘이 그러하다. 대개 나는 슬픔 쯤이야 내 존재의 바로미터로 삼고 살고자 하지만 가끔씩 일상의 사소한 기운들이 다 슬픔을 픔은 듯 싶은 때는 과한 슬픔으로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헐떡이다 죽어 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바로 누군가가 간절해지는 시점이다. 물론 근원으로 비롯한 슬픔이필요로 하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공유일 터인데, 문제는 내가 그 누구한테 당신 외롭냐고 묻는 적 없듯 , 그 누군가가 나에게 외롭지는 않냐고 물어올 리 없다는 것이다. 오롯이 외로운 섬이 되어 홀로 슬픔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아주 가끔씩 희귀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긴 하다. 바람에도 파들파들 떨리는 빛 같은, 남의 슬픔과 외로움을 읽어낼 줄 아는 섬세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 그 표현이 다정하고 기꺼운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남의 슬픔에도 사무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또 곁에 이런 사람을 하나 두었다면 당신은 참 복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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