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새벽, 잠깐 한 생각(15.9.9)

heath1202 2015. 9. 9. 11:27

환절기라 그런지 많이 피곤하고 잠이 쏟아진다.

자연의 섭리이니 졸리면 자고 상쾌하게 기지개 켜고 일어나면 될 일인데

시간에 대한 나의 탐욕이 좀체로 자고 싶다는 몸을 가만두지 않는다.

어제도 그랬다.

잠시 누워있겠다는게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열한 시쯤 되었던가 보다.

급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화들짝 놀라 일어나보니 세시가 조금 안되었다.

불도 휘황하고 텔레비전은 보는 이도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제 할일 하고 있다.

휴우 하고 안도가 된다. 대체 그게 그리 안도할 일인가.

하여튼 일어나 천명관의 단편 "프랭크와 나",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읽고 나니 눈이 침침해 더 못 읽겠다.

눈을 안 쓰려니 할 일이 특별히 없어 탁자 위에 보이는 이은탁의 책 "불온한 상상"을 블로그에

소개해 올리고 중국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산들도 텔레비전으로 보고 도연명이라는

이름도 모처럼 듣고 하다가 네시 반이 되어 흡족한 기분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여름과 달라 새벽 네 시 반은 여명이 밝을 기미도 없고 아직 한참을 자도 될 듯 싶은 깊이의 어둠이 남아있다.

이 각성의 한 시간 반 쯤의 토막이 없었다면 아침에 난 분명히 우울했을 것이다. 이상한 guilt feeling.

나의 가장 큰 탐욕의 대상은 시간인 것 같은데(어차피 돈 같은 건 내 뜻대로 안되지만 시간은

마음 먹기에 따라 꽤 증식이 가능하므로) 어쩌면 시간을 통해 나라는 인간의 양질전화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아둔한 사람이지만 실낱만큼이라도 생각 더하고 좋은 글 한줄 더 보태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깨어 구름이가 없어져 찾았는데 조용한 동물답게 어두운 빈방에서 아기처럼 고요히 자고 있었다.

잠에 취한 그 따뜻한 짐승을 안아올려 입을 맞춰주고 손으로 쓸어주었다.

이 적막한 시간, 내 공간 안에 뭉클한 작은 생명이 있고, 또 이 새벽을 깨어 글을 쓰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니 나는 분명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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