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생각 가는대로 점심시간(15.6.24)

heath1202 2015. 6. 24. 13:22

누굴 줄까 하고 여분으로 샀다가 여러 달을 차에 싣고 다니던 오장환의 시집을 어제 동료에게 주었다.

옛날 시인이라 낯설어 할 것 같아 선뜻 누구한테 주마고 못했었는데 동료가 생각 외로 기뻐해서 나도 안도가 되었다.

시집을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으니 이게 얼마 만의 동료운인지 모르겠다.

 

모든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라 우선 순위를 따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어느 한 순간엔 과부하가 걸려 우왕좌왕 할 것이므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근면하려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자꾸 유혹하는 것들이 있어 해찰을 하게 돼 서서히 불길한 예감이 밀려오고 있다.

 

류근의 신간을 예약했다.  시와 산문이 극단이라 할 만큼 다른 류근인데, 요번에는 핵유쾌한 "싸나희 순정"이다.

항상 류근의 뒤통수를 치는 주인 아저씨, 빨리 장가 보내야 할 텐데. 예약한 사람은 류근의 친필 싸인본을 준다네. ㅎㅎ

류근이 연예인도 아닌데 재밌다.

 

어젠 벗들과 모임이 있어 만났는데, 히유... 관심사가 나와 너무도 아득해서 혼났다.

백종원의 맛간장을 만든 사람이 다섯 중에 셋이라니.  그렇게 살림에 열중인 벗들 틈에서 살림에 손을 놓은 나는

할 말이 없음이라...... 거만한 자세로 비스듬이 앉아 수다에 빠진 벗들을 관망 하였다.  한 달 후에 담양에 가기로 하였는데

담양에서는 부디 소쇄원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꾸나. 벗들이 좋기야 말할 것 없지만두 지루한 거는 도저히 참을 길이 없구나.

(또 다른 모임이 있는데 지레 걱정이 된다.  서너 시간 또 그런 얘기가 이어질 텐데.)

죽을 때 다정한 벗 하나 곁에 있으면 그만이래서 마지막 남은 몇몇 벗들 잘 지키고 있는데, 때로 동상이몽이긴 해도 벗은 벗인 거지?

 

여름이 깊어 가지만  아직은 덥지 않아 살만 하다

내가 좋아하는 동아 사무용 연필 한 다스를 샀다.

오늘 밤에는 열두 자루 연필을 깎아 가며 지난 반 년 내 삶을 돌이켜봐야 겠다.

밤이 깊은데 가끔 나의 구름이는 창턱에 앉아 어둠 속을 한참을 응시하곤 한다.

구름이의 눈을 빌어 나도 내 삶을 명료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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