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하나는 신을 모르는 나를 가여워한다
신을 영접하는 오르가즘의 순간을
나와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까워 한다
흐흐, 나는 그냥 웃는다
네가 알겠느냐, 나의 사랑을
밤새 미친년처럼 환락의 저자를 헤매는
내 영혼의 쾌락을 네가 알겠느냐
제 영혼의 심연에 빠져 익사의 지경에 이르는,
죽음의 경계를 걷는 그 엑스터시를 네가 알겠느냐
벗이여, 너는 내가 안됐겠지만
나는 내 영혼을 쉽사리 뉘에게 의탁하지는 않을 것이야
나는 아직 멀었단다
얼마를 더 나를 빗발치는 폭풍에 내던져
처참한 몰골이 되도록 두들겨 맞도록 둘지 모른단다
아름다워라, 저 찢긴 보드라운 꽃잎
나라면 좋으련면 여한이 없으련만
어느 날 나는 몹쓸 귀신에 들려 한참을 앓은 뒤에
홀연 의아한 얼굴로 두리번거릴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는 더 검은 심연에 들고 싶구나
그럴수만 있다면 더더욱 막막한 심연에 들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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