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충청도

논산 쌍계사(15.6.20)

heath1202 2015. 6. 21. 03:49

왜 왈칵 목이 메어왔을까.

텅 빈 절마당 안에 들어섰을 때, 절마당 한가운데 그러니 혼자 섰을 때 나는 까닭없이 눈물이 나려 했다.

슬픈 것도 아니었고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기쁨 쪽에 가까왔을 것이다.

하지만 기쁨과 슬픔의 경계는 습자지 한 장만도 못해서 어느 쪽이라 해도 상관 없을 것이었다.

절 안은 적요했고 잠깐 들러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난 사람 몇몇도 말소리 발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거닐다 갔다.

이 경내에 허락된 소리는 낮은 빗소리 뿐인 것 같았다. 

나의 긴 숨을 알아듣고 가만히 손을 잡아 줄 사람이 그리웠다.

 

오랜만에 내가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대웅전이 있는 쌍계사에 다녀왔다.

봄부터 벼르다가 이제야 실행한 것이다.  너무 기다려온 탓일까 감정이 넘쳐 흘러 혼났다.

예전 삭막한 계절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 때는 가뜩이나 단촐한 절이 걸친 옷가지 하나 없이 황량해서 

보는 마음도 을씨년스러웠었는데 오늘은 풍경의 색깔도 풍요롭고 내 마음도 잔잔한 감정이 잘람자람 마음의 기슭까지 가득했다.

예전처럼 유쾌한 스님이 대웅전 안내도 해주지 않고 얼굴이 해사하던 젊은 주지스님이 불러 차도 주지 않아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와불사를 받던 보살님은 태도가 그윽하니 말소리도 조용조용했고 나는 밑도 끝도 없는 글 한 줄을 빌었다.

이렇게 사람이 멀어  행복해서는 안될 일인데 나는 그렇다.

무리져 얻는 든든함이란 게 나에게는 별로 없다.  이렇게 다소 쓸쓸하게 나에게 몰두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행복하다. 무리에서 저만치 떨어져.

아마 중세 유럽에 태어났으면 마녀로 지목되지 않았을까 싶다.(ㅋㅋ) 인간 혹은 인류를 사랑한다 말하기는 쉬운데 사람을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쌍계사에서 나는 사람에 대한 노여움, 실망, 배신감 그 무엇이든 다 다독여가며 오직 가여운 생각만 하자고 했다.

 

 

 

 

 

 

 

 

 

 

 

 

 

 

 

 

 

 

 

 

 

 

 

 

 

대웅전 천장이 저 새로 하여 영원한 천공이 되는 듯 싶다

 

 

 

 

 

 

 

 

 

 

 

 

 

 

 

 

 

 

 

 

 

 

 

 

 

 

돌아오는 길에 차 한잔 마시자고 들른 탑정저수지는 가뭄으로 수량이 현격히 줄어 있었다.

 

다닥다닥 열린 사과. 다닥다닥...... 참 즐거운 단어다.

 

과수원 사잇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