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충청도

의외의 소소한 즐거움, 장항 송림해수욕장(15.5.16)

heath1202 2015. 5. 19. 02:12

지난 주말 모처럼 큰 아이가 내려와 군산의 단골 게장 맛집 유성가든에 들러 간장게장과 꽃게탕을 먹고(꽃게탕이 유난히 맛있던 날! 게을러서 게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내가 기꺼이 손을 버린 날이다) 장항 송림 해수욕장의, 개장 기념으로 공짜라는 스카이워크란 데를 가게 되었다.  스카이워크? 스타워즈의 스카이워커랑 관계있나? 아무런 정보없이 공짜에 혹해 찾아가게 된 거였다.  평소 장항을 간다면 하구언 좀 더 지나 지금은 문 닫고 있는 보스포러스와 그 옆 헤밍웨이(상호에 혹하기도 해서) 딱 거기까지였지 공적인 용무 한 번을 빼곤 단 한 번도 장항읍내에 들어가 본적이 없다.  이십여년 만에 장항읍을 지나치노라니 호기심에 샅샅이 관찰을 하며 여기가 장항중학교 가는 길이구나, 서천경찰서가 왜 장항읍에 있지? 서천 소방서도 여기 있네? 저게 장항의 랜드마크 장항제련소 굴뚝이구나 하며 장항읍을 지나쳐 장항의 서쪽 막다른 곳까지 가니 소나무 숲과 그 너머 해변이 있다.  소나무는 수령이 오래지는 않아 멋진 수형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제법 숲이 큰데다 솔향이 그윽해서 상쾌했고 해변은 하얗고 깔끔한 백사장은 아닌 간조에 제법 넓게 드러나는 갯펄과 자동차도 달릴 수 있는 단단한 젖은 모래밭으로 이뤄져 있었다. 저만치 바다쪽으로 돌출된 스카이워크란게 보이는데 먼발치에서 볼땐 규모도 작고 모양도 조잡해보여 자치단체에서 또 무슨 세금 잡아먹는 허튼 짓을 했는가 간단히 정리해 버린 참인데, 접근해보니 제법 규모가 크다.  이런 곳에 이런 것을 설치할 궁리를 누가 해냈는지 전혀 의아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위를 걷는 기분은 솔직히 제법 유쾌한 것이었다.  내 취향이 이랬던가 싶으면서도 고작 키 크지 않은 소나무 키를 간신히 넘는 정도의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공연히 무서운 양 호들갑도 떨고 그랬다.  바다바람이 제법 서늘한 것이 미세먼지가 뿌연 날이었음에도 상쾌했다.  토론토의 CN Tower 유리판 위에 올랐을 때보다 더 즐거웠다.

 

 

 

 

 

헤픈 해당화가 피었다.  오랜 만이다.  

 

 

간조로 발이 묶인 작은 어선들

 

 

 

 

 

저게 스카이워크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군산 쪽 풍경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는 장항제련소 굴뚝

 

밀물 때는 발밑에 물이 들겠다. 좀 더 아찔할 지도.

 

 

 

 

 

 

오른 쪽 담쟁이덩쿨에 덮인 건물이 헤밍웨이다.  여러 해 매물로 나와 있는데 이 건물을 자기 것인양 지나칠 때마다 꼭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어 나도 덩달아 정이 들어버린 것 같다.  이 유역이 쇠락에 쇠락을 거듭해 문닫은 음식점들이 태반이고 점점 흉물스러워가는데 어쩌자고 헤밍웨이를 이리도 사랑하는지.  사람의 기운이 없는 건물엔 담쟁이덩쿨만 한없이 승하고 있다.  건물 하나만 보자면 너무 크지도 않고 전망이 좋기도 하다.  만조에 술먹고 실족하면 크게 위험하기도 하겠지만.

 

 

 

헤밍웨이 앞에서 사진 참 여러번 찍는구나.  헤밍웨이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서 더욱 끌린다. 

 

돈도 없는 이가 로또라도 맞을 예정인지 이곳 전화번호는 꼭 찍어간다.

 

보스포러스(이 이름도 나에겐 로망이다.  아, 이스탄불이 그립다)는 워낙에 규모가 커서 언감생심 엄두를 못 내더니 이제 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곳 전화번호도 따왔다.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