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간 안에 따뜻한 생명이 하나 깃들어 있다는 위안은
나에겐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내 삶을 꿋꿋이 연명하게 하는 힘이다
세상 천지 어둠의 한가운데 나홀로 외로운 섬이 될 때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그 말수 적은 동물은
어설픈 애인보다 어여쁘고 든든하다
혼자 살며 목소리를 거의 잃은 나의 고양이는
혼잣말과 다름 없는 나의 말에 종종 흐흥 응답을 한다
내 말을 다 알겠노라는 듯
우리 구름이가 어디에 숨었을까
흐흥
구름이 까까 먹을까?
흐흥
우리 레이저 놀이 할까?
흐흥
화장실 문 열어줘?
흐흥
구름이 심심해? 속상해?
흐흥
그래, 아줌마도, 쓸쓸해, 슬프기도 해
구름이가 내 무릎에서 한 뼘 만큼 떨어져 눕는다
나도 슬그머니 구름이와 얼굴을 마주 하고 눕는다
연인놀음이라도 하고 싶다
나의 숨이 구름이에게 닿는 거리는
구름이가 질색을 하는 사랑의 거리다
구름이가 야멸차게 일어나 몇걸음 떨어져 눕는다
팔을 뻗으면 한 뼘이 넘치는 거리
딱 구름이가 허용한 사랑의 여지다
기대와 포기 사이의 절묘한 균형
내 사랑이 그리 간절한데도
선선히 곁을 주지 않는 구름이에게
나는 오매불망 목을 매고
결국 내 인생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사랑의 약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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