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땅거미 내리는 산간에서(15.03.27)

heath1202 2015. 3. 27. 12:29

혹시 내가 해 저무는 지금 길 위에 있다면

그곳이 고맙게도 품 깊은 산간이기를

산간은 해가 짧고 어둠은 길고 깊어

실핏줄처럼 스미는 어둠의 따스한 안도

나의 휴식은 무덤 속에 든 듯 아늑하리

허리 길게 든든한 중력으로 누운 산 

고단한 삶이 모처럼 강고한 휴식을 맞고 

어둠 속에 점점 등불이라도 밝혀지면

숨결이 가파르지 않고 품이 따뜻한

말수 적은 이와 사랑도 꿈꾸어 보리

끝간 데 없는 담담한 상념은

순순하게 어둠을 맞고 어둠 속에 잦아들어

내가 감히 거역할 아무런 이유도 도리도 없으니

떠도는 이에게 이보다 고마운 복속이 또 어디 있으리

간간이 일 없는 개가 한 번 실없이 컹컹 짖을 때

내 길 위의 삶도 풀어진 허리끈처럼 편안한 밤이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