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는 우울을 허세로 은폐할 만큼은
축복받은 내 천성적 명랑이 제 힘을 발휘하지만
어느 날은 그 축복도 힘에 부치게 내 삶이 너무 비굴한 때가 있다.
그런 날, 내게 기대지 않고는 하루도 온전한 삶을 꾸리지 못할 내 고양이는
내 숨결 반경 이내로는 절대 들어서지 않을 양 주위만 맴맴 돌고
고양이에게 기대지 않고는 절대 말랑한 온기를 품을 수 없는 나는
제발, 구름아, 애가 닳아선 어느 결에 고양이가 되어 함께 기고 있다.
어느 날은 한 나절을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하는 날이 있다.
그리운 내 착한 사람들이 하필 그 시각 나를 그릴 겨를이 없는가보다 위로하면서도
고양이한테 하듯 그리 간결하지 않은 것이
나의 외로움을 드러내는게 너무 가여워서 차마 먼저 전화를 걸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날은 나를 고독사라도 시킬 양
모두가 나를 따돌리자고 한패거리가 된 모양이고
나는 침묵하는 전화기에게 인격이라도 부여해 긴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나는 반문한다
고양이는 왜 나를 희롱했는가
내 사랑이 부족했는가 아님 사랑법이 잘못되었는가
그리운 이들은 왜 나를 잊고 있는가
나 외롭지 않은 날 내가 그들을 그리지 않은 걸 알아 버렸는가
내가 알아주지 않던 날 그들도 많이 외로웠던가
아니면, 그냥 모두가 바쁘던 우연한 날 내 진정 비굴한 사람이 되어 애먼 사랑을 구걸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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